"얘들아 잘 자 좋은 꿈 꿔"
아이들에게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침대의 오른편 내 자리에 눕는다. 납작한 베개를 베고 사그락거리는 이불을 가슴까지 덮은 그 시간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본래 나는 누워있는 편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움직여야 불안감이 떨쳐지는 사람인데 요즘은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겨우 보이는 자리들만 치워놓고 최소한의 것들만 하며 살아가는 삶. 얼마 전부터 아이들이 하교했을 때에도 침대에 누워 인사하는 시간이 잦아졌다.
겨우 겨우 먹고살 수 있게만 만들어놓은 집. 움직일 에너지가 부족하다. 낮에도 누워있으면서 밤에는 뭐가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밤에 누워있는 것은 죄책감이 없다.
낮은 나에 대한 실망감과 아이들에 대한 죄책감, 미안함으로 버무려져 있다. 일하지 않는 이유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함인데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실망감. 조금 더 기운 내서 움직이면 되지 않을까? 그 작은 움직임을 하지 않는 스스로에 대한 불만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우울이라는 벽 뒤에 숨어. 내일로 또 그 내일로 미루어지는 일들. 가만히 누워 비 생산적인 일들로 시간을 보내며 하루를 그냥 때워 버리는 잉여인간으로 살아가는 무기력한 삶에 대한 불안감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가슴 한편에 자리 잡은 바윗덩어리는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어떤 날은 나를 잠식하기도 한다.
글을 쓰는 것은 이겨내기 위한 몸부림이다. 컴퓨터 앞에 앉는 작은 행동조차 버겁고 어려워지고 있다.
조금 있으면 아이들이 돌아오고, 저녁을 견딘 후에 다시 행복한 잠자리로 들어갈 것이다.
밤마다 기도한다. 내일은 조금 더 힘낼 수 있기를. 행복한 에너지가 아이들에게 전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