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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준형 Jun 22. 2022

_서문





빛이 있으면 어딘가에는 반드시 그림자가 생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것에는

그 이면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이면에서 빛에 의해 가려진 진실들을 발견하곤 한다. 그 진실은 종종 나의 상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어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이면을 바라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럴수록 더욱더 제대로 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는 편이다.


   이면의 존재를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밝게 드러나는 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걷기는 정말 좋은 방법이다. 버스나 기차 안에서 경험하는 창밖 풍경은 시각에만 의존하는 제한적 풍경으로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부수적인 경험으로 치부된다. 그러나 걸으면서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본래 목적이 아닌 과정으로써 사실 스치고 지나가면 그만인 것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길을 걷다 보면 오히려 내가 보려고 했던 것보다 더 보고 싶었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고, 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제대로 보고 있지 못했다는 사실을 직시하곤 한다.


   이번에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애초에 다른 방식의 여행이다. 목적지를 넘어 과정 그 자체가 목적인 여행, 내가 무엇을 보고 싶은지에 대해 의도하고 그것을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준비하는 여행과는 달리, 전혀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지만, 분명히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천천히 살펴보고 이해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 그렇게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바라보며 시간의 향기를 음미하는 것이야말로 걸어야 보이는 것들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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