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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은 May 19. 2024

생태적 삶을 위한 한시 읽기

109일


 世愛牧丹紅(세애모단홍) 세상 사람들 모란 사랑하여

 栽培滿院中(재배만원중) 뜰 가득 심어두네

 誰知荒草野(수지황초야) 누가 알까 거친 들녘 풀밭에도

 亦有好花叢(역유호화총) 예쁜 꽃 무더기 있는 줄을

 色透村塘月(색투촌당월) 고운 빛깔 연못 달에 어리고

 香傳隴樹風(향전농수풍) 향은 언덕 나무 바람이 전하네

 地偏公子少(지편공자소) 외진 땅 귀한 분 적으니

 嬌態屬田翁(교태속전옹) 고운 자태 시골 늙은이가 알아줄 뿐

 - 정습명(鄭襲明, 1094~1150), <돌에 핀 꽃[석죽화(石竹花)>     


  그늘은 제법 선선한데 한낮의 태양은 제법 여름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습니다. 뜨거운 태양을 견뎌내야 가을의 열매를 뽐낼 수 있기에 풀과 꽃, 나무는 묵묵히 묵언수행을 하는 요즘입니다.   

  

 정습명은 고향이 경북 영일군(오늘날 포항시)이며 고려 중기의 문신이자 시인입니다. 고려 의종의 태자 시절 스승이었으며 삼국사기 편찬 감독관의 한 사람으로 김부식(金富軾), 김효충(金孝忠) 등과 함께 삼국사기의 편찬에 참여하기도 하였습니다. 성격이 대범하고 직언을 잘해 의종의 미움을 받고는 자결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포은 정몽주는 그의 10대손이기도 합니다.[위키백과 참조]     


 3월 4일에 개학한 이후로 팔십 일이 다 되어 갑니다. 우리 아이들은 입학 후 잔뜩 긴장한 모습에서 중학 생활 3개월 차에 접어드니 슬슬 본색을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180 명의 아이들 중 5%로인 10명 남짓의 아이들이 누구나 사랑하는 귀공자인 ‘모란’만 쳐다보지 말고 바위에서 꽃을 피우며 다양하고 고운 빛깔과 향을 지닌 자신들[석죽(石竹)도 바라봐 달라 비행(飛行)으로 표현합니다.     


  뜰에 핀 다홍빛 패랭이

  어린아이 두 팔 벌려

  우주 담으려는 듯하고     


  작디작은 노랑 괭이밥

  세 쌍의 하트로

  조부모, 부모, 손자, 손녀 

  가족 사랑 이어 가네     


  오순도순 분홍빛 사랑초

  새끼 캥거루 마냥

  구상나무 아래 모여

  별을 노래하는 듯

  - 자작시     


 각양각색의 생명력 강한 우주인 우리 아이들을 보며 첫 마음을 떠올려 봅니다. 공자는 “어진 사람, 사랑이 넘치는 사람만이 생명을 미워하고 사랑할 수 있다.”라고 하였는데 저는 아이들을 위한다면서 조건을 다는 ‘거짓 사랑’을 펼쳐왔지 않았나 반성해 보게 되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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