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일
오늘은 음력 9월 28일로 가을의 끝자락이자 겨울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때맞춰 아침과 낮 기온이 낮아지며, 겨울 채비를 ‘얼른 하라’고 일러줍니다. 연말까지 남은 날짜를 헤아려보니 딱 ‘44일’이 남았습니다. 올해 이루지 못한 일들은 내년을 기약하고 이뤄낸 일은 자축하며 새해 새 마음으로 정진해야겠습니다.
저는 박사과정을 2013년에 모교에서 첫 시작을 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1학기 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2020년 코로나 시기에 다시 학교와 전공을 바꾸어 신입학, 휴학, 자퇴, 재입학, 자퇴... 2025년에 전공을 다시 달리하여 편입학 등, 지난 시간을 돌아보니 시작과 중단의 연속이었습니다. 그간 학교 일을 핑계로 자녀 양육과 교육은 아내에게 전적으로 맡겨 동반자를 힘들게 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합니다.
직장에서의 승진이든, 학위과정의 마무리든 늘 마음속에는 빨리 이루고자 하는 조급함이 도사리곤 합니다. ‘머리와 마음의 불일치’로 번뇌하며 밤잠을 못 이루는 나날도 더러 있었습니다.
새해에는 ‘피 튀기는 싸움’ 같은 불급불요(不急不要)한 경쟁의 늪에서 벗어나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골짜기에 돌멩이 메우듯 ‘끈기와 성실함’의 공부로 ‘들불’이란 조급함을 보내며 하루하루 채워나가고자 합니다.
이웃님들, 독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늘 건강유의하십시오. 또 글로 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塡壑工夫好耐辛(전학공부호내신) 골짜기 메우듯 매운맛 견뎌야 하고
據城血戰豈關人(거성혈전기관인) 피 튀기는 싸움이나 남과는 관계없다네
若敎不用如山徑(약교불용여산경) 배우되 가르침 행하지 않으면 산속 길처럼
野火春風草又新(야화춘풍초우신) 봄바람 불면 들불처럼 풀 돋아난다네
- 이황(李滉, 1502-1571), <조급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