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이브 Mar 18. 2022

좋은 것과 좋아 보이는 것의 차이

팔리는 브랜드 제1 법칙 : 브랜드 콘셉트

비싼 생수 시대는 갔다.


몇 해 전 뉴스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서울시 수돗물 아리수와 시중에 사는 생수를 비교해봤더니 물맛에서 아리수가 1위를 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수돗물은 소독약 냄새가 나고 맛에서도 화학적인 느낌이 나서 왠지 꺼려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4차례에 걸친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시민들이 평가한 최고의 물맛은 수돗물이었습니다. 뉴스에서는 소비자 호주머니를 탐내는 비싼 물값은 홍보 비용과 브랜드 이름값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하며 앞으로 맛도 뒤떨어지는 비싼 생수를 마시는 소비자는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예견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요? 그 이후로 생수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무려 2조 원 시장이 되어 국산 생수뿐 아니라 값비싼 수입 생수의 매출도 함께 성장했습니다. 차별화가 어려운 품목인 생수시장을 들여다보면 소비자 구매행위에 있어 브랜드 이미지 즉 어떻게 인식되는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무료로 (물론 수도세가 들기는 하지만) 제공되는 수돗물이 더  맛있는 좋은 물이라고 해도 소비자들은 기꺼이 비싼 값을 치르고 더 좋아 보이는 생수를 선택합니다. 

단순히 갈증을 없애기 위해 물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삼다수를 마시면 제주도의 깨끗함에 상쾌한 기분이 들 고 에비앙을 마시면 알프스의 (고급스럽고) 맑은 기운이 온몸에 전해 지는 것만 같습니다. 


만약 소비자가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선택한다면 브랜딩은 품질과의 싸움이 됩니다. 하지만 브랜딩의 핵심은 '좋아 보이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것입니다. 좋지 않은 제품이나 서비스는 좋아 보이는 트릭을 통해 잠시 소비자를 속일 수 있지만 결국 오래가지 못합니다. 제조나 기획의 과정에서 최고의 품질을 달성했다면 브랜딩 과정에서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소비자가 아직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좋아 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좋지 않은 것을 좋게 보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더 좋아 돋보이게 하는 방법 말이죠.



자동차와 맥주, 콜라, 가전제품 등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이 소비자에게는 외면받는 사례가 그동안 참으로 많았습니다. 기술 수준이 상향 표준화되어 차별화될 여지가 그리 많지 않은 요즈음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인식 안에서 더 좋아 보이는 것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소비자 눈에 더 좋아 보이는 것일까요?



격식 있는 자리에서도 어울리는 세련된 디자인의 편안한 컴포트 구두가 탄생했습니다. 신발 회사에서는 수천 개 미세한 공기방울을 쿠션 밑창에 밀봉시키고 특별한 족부 센서 기술로 한 걸음 한걸음 걸을 때마다  공기가 발로 들어가 완벽한 신발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화려한 문구로 신제품을 소개합니다. 


이제 시각을 소비자로 한번 돌려볼까요. 기압차와 장시간 서있는 근무 환경으로 다리와 발의 피로감이 높은 승무원들이 많이 신는 편안한 구두라는 설명은 어떨까요?

물건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할 말이 참 많습니다. 이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에 관해 더 많이 더 자세히 전달하고 싶어 집니다. 하지만 소비자 인식에서 더 좋아 보이는 것으로 기억되려면 장점을 단순하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하나의 명확한 콘셉트로 축약해서 보여주어야 합니다. '승무원 구두'와 같이 하나의 단어나 문장으로 제품의 특징이나 장점이 압축되어야 비로소 소비자의 마음에 파고들 수 있습니다. 


특수 가공한 칫솔모가 치아 사이사이 꼼꼼하게 이물질을 없애주고 최고 기술력으로 혁신적인 세정력을 선사하는 칫솔이라는 논리적인 설명보다 "치과 의사가 매일 사용하는 칫솔"이라는 콘셉트가 더 쉽게 신뢰감을 주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좋아 보이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한약을 달여내듯 제품이나 서비스의 장점을 최대한 응축시켜 핵심적인 키워드 즉 단 한 방울의 엑기스로 뽑아내는 '콘셉트'작업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기업에서도 브랜딩에 있어 가장 많이 심혈을 기울이는 과정이 바로 이 브랜드 콘셉트 작업입니다. 따라서 작은 기업은 더 많은 공을 들여 콘셉트를 만들고 지속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이 콘셉트를 강화시켜가야 합니다. 브랜드 사업의 성공은 '콘셉트'가 전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만든 콘셉트는 저절로 팔리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냅니다. 반대로 설득력 없는 콘셉트는 잘못 끼워진 첫 단추와 같아서 아무리 노력해도 제대로 입을 수 없는 셔츠와도 같은 브랜드가 되고 맙니다.  


간결하지만 명료하게 함축되어 있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시와 같이 

짧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가진 콘셉트가 있다면 좋은 것이 '더 좋아 보이는'법입니다. 




이전 07화 1000만 원으로 창업한 나의 작고 소중한 브랜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