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샤워하기

삼주 동안 씻지 않은 적이 있었다.

by 헤 HE


삼주 동안 씻지 않은 적이 있었다. 부끄럽지만 말이다. 그럴 힘이 없었다. 정말 숨쉬기만 간신히 하는데, 죽을지 말지 고민하는 와중에 씻기란 머리 저 뒷편 쯤에 놓여있는 것이었다.

더운 여름. 스스로의 냄새가 느껴지고, 머리가 간지러웠다. 1주 안씻고 병원은 갔어도 3주 안씻고 병원에 가는 건 내가 생각해도 좀 너무했다 싶었다. 가족들도 내 마음도 이제는 좀 씻으라며 난리다. 씻으러 밀려 들어간다. 오랜만에 맡는 샴푸 냄새. 거품이 잘 안나니 샴푸를 많이 펌핑해서 씻는다. 귀찮다 싶어도 차근차근 하나씩 처리하다 보면 어느새 로션을 바를 차례다. 오랜만에 만져보는 내 몸이다. 속옷에 청결제도 한방울 떨어트려준다. 향기로 무장하니 몸짓도 사뿐히 하게 된다. 스킨 로션을 바르려고 얼굴을 만져보니, 아뿔싸, 그 새 여드름이 왕창 올라와버렸다. 이전에 봤을 때는 한 개였는데, 지금은 10개가 넘었다. 샤워로 올라왔던 자신감이 여드름으로 뚝 떨어졌다.

그 뒤로 나는 몸 샤워는 안해도 얼굴 샤워는 매일 꼭 해준다. 지금은 여드름이 꽤 많이 줄었는데, 여기에 몸 샤워의 향기까지 더하면 일반인 못지 않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얼굴 샤워 방법> 얼굴을 따뜻한 물에 충분히 적신다→ (갈락토미 성분의 필링젤로 조심스레 각질 제거를 해준다)→ 자신에게 맞는 클렌저로 클렌징 한다→ 얼굴을 미지근한 물로 씻은 후 물기를 말려준다→ 원하는 효과의 피부 연고를 여드름 부위에 발라준다→ 10분간 흡수 시킨다→ 알란토인 성분이 들어간 팩을 10~20분간 해주면 끝.

나는 주로 밤에 씻는데, 그럴 때의 장점이 잠을 잘 때 포근함과 함께 스스로가 소중해진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씻기 망설인다면 정상이다. 나도 여전히 일주일 정도는 안씻기도 한다(나갈 땐 씻으니 도망가지 말라). 조금 내킬 때 옷부터 벗어보자. 차근차근 하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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