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빠라서, 열심히 살게 됩니다

by 최다을

<오빠라서, 열심히 살게 됩니다>


독자님들. 독자님들 인생은 바람직한 가요? 아! 너무 실례되는 질문이었나요? 나쁜 뜻은 없어요. 그저, 궁금할 따름이에요. 독자님의 인생은 누군가에게 떳떳하며 ‘모범’적인지 말이에요.


혹자는 말합니다. 인생 그거, 대충 살아도 된다고요. 젊을 때는 방탕하게 놀아, 클럽도 좀 가고. 술도 거나하게 취할 정도로 마셔 보고. 노느라 바빠서 집에도 안 들어 가보고. 그것도 나중에는 다 추억이 된다고. 나이가 들면 그럴 수 없다고. 체력이 달리어 못 한다고.


물론, 본인의 인생이고, 자유이니 그래도 되긴 합니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허락될 자유죠.

그런데요. 저는 제 인생이 오로지 ‘저’만의 인생은 아니라고 봅니다. 제 인생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저는 오빠입니다. 듬직하다고 불리는 오빠. 다정하다고 불리는 오빠. 그런 오빠입니다. 부모 다음으로 닮기 쉬운 사람이 누구일까요. 저는 오빠라고 봅니다. 정확히는 형제자매가 그렇죠. 이를 깨달은 계기가 있어요. 하루는 제가 욕실에서 수건을 쓰고 그 수건을 반 접어 수건걸이에 걸어 놓았는데요. 그랬더니 동생이 이후로 똑같이 반을 접어 걸어 놓는 게 아니겠어요? 또 말이죠. 제가 닭강정 집에 가서 음식을 받을 때면 으레 “수고하세요!”라고 했는데, 어느새 제 동생도 “수고하세요!”를 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동생과 거의 대부분 같이 다니거든요. 또 말이죠. 하루는 동생과 밥을 먹으러 나갔는데, 동생이 가게 직원에게 물어보는 거예요. “이 집에서 제일 잘 나가는 게 뭐예요?” 네. 제가 항상 하던 질문이에요.


저는 이때 깨달았죠. 내 인생은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요. 제가 걷는 길을 누군가, 가장 가까이에서는 제 동생이 보고 걸을 수 있다는 것을요. 저는 그래서인지 가끔 우울하기도 해요. 제가 똑바로 못 걸으면 동생도 따라서 똑바로 못 걸을 것 같아서요. 저라고 항상 좋은 모습만 보이는 게 아니니까요. 힘이 들고 짜증이 나고, 습관대로 미흡한 행동도 곧잘 하니까요. 그런 제가 과연 좋은 오빠가 될 수 있을까, 지금 나는 좋은 오빠일까, 라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란 말이죠.


생각해보면, 동생 덕분에 저는 ‘바람직’하게 살고자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보통 젊음이라는 것은 방탕을 쉽게 불러오곤 하지만, 제게는 그런 것보다 ‘오빠’로서의 직무, 그 책임감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사람들은 20대 답게 마음껏 살라며 자유를 부르짖을 때, 저는 제대로 자유를 쓰지 못하는 ‘자유’란 결국, 방종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을 역설하며 제가 가지고 있는 자유를 다스리려고 노력했단 말이죠.


그래서 오빠는 약속도 잘 지켜야 합니다. 오늘 저녁에 무엇을 먹기로 했으면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해요. 딴 소리를 했다가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오빠로 낙인찍히고 마니까요. 이것은 제 신용도의 하락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동생은 제가 오빠라고 믿고 따르니, 그런 동생에게 되도록 바람직한 모습을 보여야죠. 약속을 어기는 일. 이를테면 고속터미널에 신발을 사러 가기로 해놓고, “오빠가 오늘 피곤해서 못 가겠다”라고 둘러대면, 이 어찌나 미안한 일인가요. 동생은 신발을 사러 간다고 해서 한껏 기대를 하고 있을 텐데. 그런 기대를 제가 묵살한 것과 다르지 않은 거겠죠.


저는 ‘오빠’이기에 좋은 모습만 보여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그게 쉽지만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노력조차 안 하고 살 수는 없죠. 열심히 노력해야죠. 고치고 배우려고 노력해야죠.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덩컨 왕의 첫째 아들 멜컴이 말하듯, ‘잘못이 있으면 고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죠. 처음부터 ‘완전’한 오빠는 없다고 봅니다. 사람이 누구나 그렇죠. 태어날 때부터 ‘나는 매일 저녁 책을 몇 페이지 읽겠어. 형제자매에게 우애를 한껏 보이고 부모님에게 효도를 일평생 하도록 하겠어.’ 이리 선언을 하고 지키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아무튼, 저는 오늘도 열심히 삽니다. 제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치려고 노력하면서요. 부단히.

keyword
이전 02화오빠라서, 워너원도 알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