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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라서, 워너원도 알게 됩니다

by 최다을 Sep 12. 2020

<오빠라서워너원도 알게 됩니다>     


독자님들. 나이가 들수록 세대 차이를 느끼지 않던가요? 어릴 적에 좋아했던 가수나 배우를 요즘 날 학생들이 모르는 것도 그렇지만, 요즘 날 학생들이 아는 것을 우리가 모르는 일도 많잖아요. 요즘 ‘궁서체’라는 게 있다던데. 아세요? 전 그런 말이 떠돈 지 몇 년이 되도록 몰랐답니다. ‘급식체’라는 것도 있던데. 그건 아직도 모르겠답니다. 그리고 말이죠. 글쎄, ‘급식충’이라는 말도 떠돌더군요. 학생들이 충치가 됐대요!     


독자님들, 또 한 번 여쭈울게요. 이렇게 말을 알아듣지 못할 때 어떠셨어요? 요즘 학생들이 하는 말을 못 알아들을 때요. 일단, 저는 소통이 안 된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어떤 단어를 축약해서 쓰는데, 대관절 그게 ‘가나다’인지 ‘나가다’인지 ‘다나가’인지 모르겠더란 말이죠. 정석대로 쓰면 ‘가나다’인데 대체 어떻게 단어를 축약했기에 이상한 언어가 됐는지. 이런 일이 빈번하지 않던가요. 그러면 정말 문제죠. 이를테면 회사에서 다들 알아듣는 말을 혼자 못 알아듣는다면 어떻겠어요. 어린 신입과 소통이 안 돼 힘이 든다면요. 어느 정도 소통이 돼야 일을 하는 데에 문제가 없잖아요. 물론 친밀감을 쌓을 필요는 없죠.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거예요. 그래도 그러기가 쉽나요. 같은 직장에 있는데. 점심을 나눠 먹지는 못할망정 이방인 대하듯 하면 사내 공기가 탁해지잖아요. 그래서 <90년대 생이 온다>라는 책이 잘 나간다고 하잖아요. 90년대 생은 이전과는 다르니 알아야 한다고요.   


저는 동생하고도 세대 차이가 느껴지곤 해요. 동생이 요즘 들어 부쩍 제가 태어나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을 쓰는 게 아니겠어요. 그러면서 “이거 몰라?”라고 하는데, 저도 모르는 것을 어떻게 하겠어요. 그냥 모른다고 했더니, “으이! 세대 차이!”라고 하는데, 그럼 저는 또 어찌나 난감하던지. 그러다 보니 말이 안 통하는 일이 많았어요. 분명 전에 말한 연예인이었는데, 저는 기억이 안 나더란 말이죠. 블랙핑크의 누구. 워너원의 누구. 저는 요즘 연예인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착한 여동생이라 다행이더군요. 남동생이거나, 아니면 심술궂은 여동생이었다면 저를 그냥 두었을 게 분명해요. 그냥 “그런 것도 몰라라. 에이 말이 안 통하네. 다른 친구랑 놀아야겠다”하고는 저를 신문물과 거리를 두게 했을지 몰라요. 아니면 골탕 먹였을지도.     


근데 동생은 착해요. 번거로울 수 있는데도 제게 요즘 뜨는 것을 많이 알려줘요. 며칠 전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라는 이상한 유행어도 알려줬어요. 저는 열심히 배우고 있죠. 항상 배우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고 책에서 배웠던 터라, 어떤 유행어든 간에 심혈을 기울여 배우려 노력한답니다. 또 노래도 배우고 있습니다.      


“요즘 여자아이들이 잘 나간 데.” 

“요즘 방탄소년단이 잘 나간 데.” 

“오늘 워너원에서 신곡이 나왔는데 정말 좋더라.”     


지금껏 몰랐던 그런 연예인들을 제 마음에도 담게 됩니다. 난생처음 마주하는 그들의 노래가 제 심금을 울리기에도 충분한 건 비밀.      


‘유행어’라면 저는 그것을 따라 합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3등은 개인주의야’ 이렇게 따라 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어요. 솔직히 이것을 따라 하면서도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몰라요. 그냥 따라 해요. 근데 신기한 건 읊다 보니까 어느새 제가 래퍼가 돼 있더라고요. ‘노래’는 같이 들으며 학습합니다. 어떤 노래를 듣다가 저도 그 가수의 팬이 돼 있기도 하고요. 저는 노래 잘 몰라요. 근데 이게 조금 불편한 면이 있더라고요. 거리에서 ‘way back home’이라는 노래가 퍼져 나오고 있었어요. 지나가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노래가 누구 노래인지 알고 있었죠. 그런데 저는 몰랐어요. ‘이게 누구 노래지?’      


이제는 거리에서 나오는 노래가 들려요요. 이건 귀에 정말 좋은 일이에요. 모르는 노래가 들린다는 것. 이게 무슨 노래인지 안다는 것.      


저는 이렇게 젊어지는 것 같아요. 요즘 아주 괴상한 유튜브 영상이 많은데, 동생은 그런 것들도 보여주곤 해요. 요즘 친구들이 좋아한다거나. 요즘 검색어에 많이 뜬다거나. 특히 유튜버들. 그들에 대해 알게 된 건 정말 신세계였어요.     


제가 스물다섯 정도였을 때는요. 코엑스에서 여는 ‘다이아 페스티벌’도 갔답니다. 그때 윰댕이라는 분을 직접 봤어요. 눈으로요. 눈이 부셔서 잠깐 눈을 감았더니 보디가드를 앞세워 자리를 파하셨더라고요. 전 그때 알았죠. 세상에 미모는 아직 내 눈에 다 차지 않았다는 것을요. 아, 쓸데없는 소리는 그만할게요. 아무튼, 그때 제가 스물다섯 정도일 때 처음 봤던 유튜버들. 동생이 코엑스에서 그런 행사가 있다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면 ‘앞으로도 지금까지’ 못 봤을 거예요.      


요즘 유행하는 것들을 배우기만 하는 게 아니에요. 저는 제가 예전에 들었던 노래를 동생에게 추천해주기도 한답니다. ‘다비치’라는 가수가 있어. ‘케이윌’이라는 분도 노래 좋아. 그리고 역시 유튜브로 노래를 듣습니다. 그러면 “정말 좋다”고 하거나, “이건 별로다”라고 하거나, “이런 노래는 대체 언제 노래야?”라고 하거나. 

     

이게 ‘소통’ 아니겠어요? 지금 뜨고 있는 이야기를 듣고, 이전에 떴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꼰대’가 아닌 거죠. 지금 ‘것’은 틀렸어. 이전에 있었던 ‘것’이 다 옳아. 그리 주장하지 않으니까요.      


“오빠 때는 말이야 이런 노래가 있었어. 이때 이 노래가 얼마나 잘 나갔는데, 넌 모를 거야.” 이러면 꼭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라떼는 말이야? 그런 말 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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