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빠라서, 인맥이 생깁니다

<1> 오빠라서, 좋은 점

by 최다을

<인맥이 생긴다는 점>


저는 저희 동네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 잘 모릅니다. 이곳저곳 잘 안 다녀서요. 뭐, 큼지막한 가게들은 그래도 압니다만 그렇다고 무슨 가게가 있는지 ‘정확’하게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집 앞에 핫도그 가게가 생겼습니다. 막 프랜차이즈를 시작한 핫도그 집 같았어요. 저는 그 핫도그 집은 처음 봤어요. 그래서인지 방문이 꺼려졌습니다. 핫도그 집 하면 그 알아주는 핫도그 집만 생각이 났고, 이 집은 전혀 모르는 집이라 신뢰가 조금 덜 들었거든요. 맛이 있을지도 모르고요. 그래도 두어 번 가게 됐고, 그러다 보니 그 집 사장님과 친해지게 됐어요. 안부 인사는 물론이고 이런저런 이야기까지 들을 만큼요. 동생이 그 집 핫도그를 먹고 싶다고 하면 가서 사 오면 되거든요.


또 식빵 가게가 있는데, 그 가게는 어쩌다 알게 됐어요. 식빵이 참 곱게 구워져 있더군요. 저는 그 집은 곧잘 가게 됐어요.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좋고 그래서요. 빵을 종 별로 사 먹다 보니 무슨 요일에 무슨 빵이 나오는지 외울 정도가 됐다니까요. 어찌나 자주 먹는지. 막 나온 빵을 먹으면 그 따듯함에서 묻어나는 따듯함에 그만 빵 하나 더 사 올 정도죠. 이 집에서 파는 초코 식빵을 동생이 가장 좋아합니다.


마트도 자주 갔어요. 마트에는 없는 게 없더라고요. 맛이 있는 건 거의 다 팔더란 말이죠. 특히 과자를 자주 찾아왔어요. 아이스크림을 세일할 때는 그것도 많이 찾아오고요. 아이스크림만 파는 가게에도 자주 들렸어요. 마트와는 다르거든요. 마트에서는 안 파는 물품이 많이 팔아서, 그곳에서만 파는 아이스크림을 사 오고는 했어요.


편의점도 빼먹으면 안 되겠네요. 잘 나온다는 PB상품을 찾아서 꽤 많은 편의점을 다녔죠. PB상품은 어디에나 있지 않아요. 또 같은 편의점 이어도 취급하는 물품이 다 달라서 이곳저곳 다 가봐야 됐죠. 여러 곳을 가보다 보니 여러 사장님들과 친하게 지내게 됐어요.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고. 요즘 편의점 동세는 어떤지 물어보고. 이 물품은 맛이 어떤지, 어떤 제품이 잘 나가는지 그런 것을 다 물어봤죠.


그렇게 가게들을 자주 가다 보니 자연스레 일하시는 분들과 친밀해지게 됐습니다. 그게 인맥이 됐다면 됐죠. 근데, 여기까지 쓴 이야기는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일단, 매일 저 혼자만 갔겠어요? 동생 하고도 놀러 갔죠. 그러다 보니 얼굴 도장이 더 잘 찍혔는지도 모르는 것이에요.


이제, 이 이야기의 핵심 부분을 시작합니다. 집중하셔야 돼요.


일하고 오면 배가 고프지 않나요? 종일 집중했더니 간식이 좀 먹고 싶다거나. 저녁이 늦었는데도 야식이 당긴다거나. 저만 그런가요? 저는 아르바이트하고 오면 그렇게 배가 고플 수 없었는데요. 저녁 10시에 마감을 마치면 꼭 마트에 들리게 되던데요. 과자를 한 움큼 들고 오거나, 아이스크림이나, 아니면 고기 같은 거. 그런 것을 들고 와야 직성이 풀리던데요. 아니 그랬어요? 아마도 보상 심리였어요. 그렇게 일을 하고 집에 왔으니 뭔가 야식을 먹어야겠다는 거요.


그러면, 또 생각해봐요. 학교에 갔다 와 배가 고팠던 기억이 있나요? 종일 공부하고 와서 당이 당기고, 공부를 너무 열심히 해서 현기증이 일 때요. 그럴 때에는 어떻던가요. 짜증이 나잖아요. 뭔가 간식을 준비해놓기를 바라잖아요. 학교 앞 편의점에 가본 적이 있나요? 학교가 마칠 때 즈음요. 중학교나 고등학교 앞 말이에요. 학생들이 얼마나 있는지. 컵라면을 ‘마시고’ 있는 학생부터 시작해서 빵을 흡수하는 학생, 과자를 들고 우걱우걱 먹고 있는 학생. 이는 비하가 아닙니다. 그만큼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 괴로워, 평소에는 지키던 고풍적인 품위도 지키지 않고 간식을 먹는다는 말입니다. 온종일 공부를 하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겠어요. 그 시간을 무엇으로 돌려받을 수 있겠어요. 학생 때는 대부분 간식으로 풀지 않나요?


그러니 학교를 갔다 오면 간식이 ‘있어야’만 됩니다. ‘간식’이 없다는 건 쉬지 말라는 뜻이며, 학생의 배고픔을 모른다는 뜻과 다름이 없습니다. -너무 과장됐나요?- 그렇다면 이 간식거리는 누가 준비하던가요. 보통은 부모님이죠. 하나 저희 집에서는 제가 다 챙깁니다. 제가 그 마음, 배 고파 허덕이는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거든요. 아무래도 나이로 봐도 졸업과 가장 가깝고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열심히 간식을 사러 갔다 오는 거랍니다. 동생은 모를 겁니다. 굳이 부탁하지 않아도 먹을거리를 사 오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기쁜 일인지 말이죠. (뿌듯함에 겨운 미소)


그런데 저는 오히려 제가 얻는 게 더 많다고 봅니다. 저는 확연한 ‘이익’을 바라고 간식을 사 오지는 않았지만, 알게 모르게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 ‘인맥’이 생긴 것입니다. 아무도 모르던 동네. 막 이사를 와서 낯이 선 동네에서 누구에게 말을 걸어도 어색한 그때. 저는 이제 동네에서 아는 체를 할 사람이 많아졌던 것입니다. 낯선 이와 가까워진다는 것. 그리고 그런 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이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일 아니겠습니까.


아무튼, 저는 절대로 배고픈 것이 싫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