쑤저우
생각보다 오래 있었던 상하이와의 작별의 날이다. 짐을 싸서 브라이언과 함께 나와서 생각보다 조금 더 슬펐던 작별인사를 하고 안 떨어지는 발걸음으로 나는 지하철역으로 그리고 브라이언은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브라이언집 근처의 쓰촨베이루역에서 10호선을 타고 쭈욱 가서 종점인 홍차이 상하이 기차역에 내렸다.
이제부터 진짜 여행이다. 칭다오와 상하이에서는 친구가 있었지만 이제는 중국에서 만날 사람은 없다. 나 혼자 다 해 나가야 한다. 기차역에 내려 쑤저우행 기차표를 끊었다. 쑤저우행 기차는 많아서 40분 후에 바로 출발이다. 그리고 쑤저우까지는 기차로 40분 정도 거리다. 기차라기 보다 지하철을 탄 것 같다.
물의 도시 쑤저우에 내렸다. 쑤저우 역은 정말 깨끗하다. 새로 지은 역인지 청소를 깨끗하게 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중국 역중에 가장 깨끗했던 걸로 기억에 남는다. 취푸에서 머물렀던 게스트하우스에서 가져온 브로슈어를 보고 ‘Mingtown backpackers’를 찾기 시작했다. 취푸와 같은 YHA 계열의 체인 숙소다. 호주에서도 YHA 숙소에 있었다. 아무데나 가는 거보다 품질보증이 된 곳이 낫다. 역을 나오니 역시 역전은 택시 아저씨들이 많다. 어디가냐고 물어보길래 브로슈어에 적혀있는 주소대로 ‘샹먼’으로 간다고 했더니 80원 (만 4천원 정도) 을 달라고 한다.
생각보다 너무 비싸서 그냥 뿌리치고 배낭을 짊어지고 역을 빠져 나와 큰 도로로 무작정 걸었더니 버스정류장이 나온다. 거기서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1번 버스를 타고 네 정거장 가서 내려 거기서 지하철을 타면 샹먼역으로 갈꺼란다. 다행이다. 80원 (만 4천원 정도) 에 올 걸 4원 (700원) 에 왔다. 중국 여행에 점점 익숙해져 간다. 사람들이 말해준 대로 버스 타고 내려 지하철로 환승해서 네 정거장 가서 내려 조금 걸으니 숙소가 나온다.
쑤저우의 상징인 버드나무가 우거진 수로를 따라 물이 흐르는 이곳에 위치한 숙소라서 그런지 하룻밤에 55원 (9000원 정도) 이란다. 취푸보다 5원 (천원 정도) 더 비싸다. YHA 멤버쉽 카드를 만들면 5원싸게 해준다고 해서 50원 주고 만들었다. 어차피 중국 여행이 아직 많이 남았으니 이게 더 이익일 것 같다.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었다.
칭다오와 상하이에서 바쁜 일정에 지쳐서 그냥 푹 쉬고 싶었다. 짐을 풀고 물길이 나 있는 곳을 따라 쭈욱 걸었다. 조용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대도시에 있다가 여기로 오니 여유롭다. 사람들도 많이 없다.
야경을 보며 혼자 맥주 한잔 하는 것도 좋다. 오랜만에 혼자 인 것도 좋다.
다음날 같은 방을 쓰게 된 중국 친구와 아침을 먹으러 갔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굳이 맛있는 것을 찾아 다니지 않아서 그냥 걷다가 아무거나 눈에 보이는 걸 먹으려고 했는데 중국인들이 아침에 먹는 음식들이 있다고 해서 따라갔다. 물길이 나 있는 버드나무 길을 벗어나 조금만 밖으로 나가니 큰 도로와 시내가 있다. 시원하게 뻥 뚫린 큰 길에 정말 많은 식당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가 먹거리 거리란다.
노란색의 큰 간판이 걸려 있는 제법 큰 규모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혼자 돌아다녔으면 절대 들어가지 않았을 법한 크고 깨끗한 비싸 보이는 식당이다. 메뉴에 그림은 있었지만 뭐가 뭔지 모르는 나는 친구에게 주문을 부탁했다.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음식들이 몇 개 나온다. 배가 고픈 탓도 있겠지만 정말 맛있다. 혼자 있었으면 중국어를 모르니 또 우육면을 먹었겠지.
숙소로 돌아와 좀 쉬다 버스를 타고 내일 시안으로 이동할 기차표를 끊으러 기차역으로 갔다. 기차역이 버스 종점이라 잘 도착하긴 했는데 어제 상하이에서 출발해 내린 역과 다른 곳이다. 여긴 쑤저우 북 기차역이란다. 내일 기차표를 물어보니 아침 9시 55분 출발. 다음날 아침 4시 15분 도착. 175원 (3만 천원 정도) 이다.
어제 내린 쑤저우 기차역에서는 낮 3시 15분 출발에 다음날 아침 9시 도착에 130원 (2만 3천원 정도) 이었다. 가격도 더 싼데 시간도 더 좋다. 어쩔 수 없다. 내리자마자 바로 표를 끊었어야 했다. 혹시나 이 도시가 좋아 더 머물게 될 수도 있어서 조금 있다 끊으려고 했었다.
장시간 기차라 안 되는 중국어와 몸짓으로 슬리핑 기차를 달라고 몇 번이나 확인했다. 손으로 베개를 만들어 자는 시늉을 하면서 오케이? 오케이? 했더니 매표소 직원은 웃으며 오케이란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대충 밥만 먹고 쉬었다. 숙소에 비치된 안내책자를 보니 쑤저우에는 유네스코 문화유산도 많고 관광 포인트가 많았지만 그냥 물길이 있는 멋진 이곳을 즐기며 쉬다 내일 이동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