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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eroon Jul 04. 2024

couldn't escape it

함께 영화를 보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749일이다. 생일 밤 늦여름이었고, 나란히 앉았던 작은 바는 콘트라베이스, 피아노, 드럼이 묵직한 소리로 가득, 둥두두 둥 바암 밤. 오른쪽이 살짝 올라간, 웃는 입술 꼬리 모양을 바라보며 자연스러운 템포에 몸이 흔들거렸다. 누굴 닮았나, 아이 같은 미소를 보았고 연주를 들었다.

shallow roots


구름을 메고 있는 남자가 구름을 헤집으며 무언가를 꺼내려한다. 뭉게구름인 양 꾸물 움직이고, 소나기가 곧 쏟아질 듯한 목요일 밤, 횡단보도에서 초록색 등이 켜지기를 기다린다. 사람들로 붐빈다. 삐빅삐비빅 기계음이 울리고 신호등이 켜지자마자 마주 서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걷는다. 의도하지 않은 혼란을 겪고 나서 각자의 방향으로 부지런히 흩어진다. 이미 7월이다. 한여름의 콘크리트에 불이 켜지면 조용히 비추는 촘촘한 집들이 환기를 서두른다


early ev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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