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사이_재활조를 위한 쿠키 글.

세상 가장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세상 가장 조용한 곳의 너를 위하여.

by Juco



[알림]
허리 부상의 회복이 더딘 바, 체계적(?) 관리와 내년 초 복귀를 목표로 재활조에 합류함. 재활의 특성상 남는 것은 시간이요, 생각과 마음은 바쁘고 시끄럽기 충분하니 그로 인해 수없이 떨어지는 부스러기들을 한데 모아모아, 이곳에 남김.




쿠키 하나.


불안함, 쓸쓸함, 점점 사라지는 나. 이제 알겠어. 허리를 다치고, 일상으로의 회복이 더딘 날들을 보내면서 부상으로 네가 얼마나 아팠을지, 재활이 얼마나 고되었을지, 그리고 그 외의 모든 시간에 얼마나 불안하고 외로웠을지..., 조금은 알 것 같아. 그러니 더욱더 너는 너를 위한 시간을 지켜내길 바라. 그러다 만약 그 시간에 누군가 필요하다면, 나는 기꺼이 달려갈 거야. 아, 나는 아직 못 뛰는구나. 뛰는 듯한 걸음으로.




쿠키 둘.


프로가 프로답지 못하다는 말은 아무 때나, 아무렇거나 내뱉으면 안 되는 말임을. 프로답다는 절대선의 가치를 정해놓은 우리는 정작 선하기도, 악하기도 한 존재인 걸. 그런 의미에서 프로가 프로답지 못하다는 말은 오히려 지극히 정상적인 상태임을 확인해 주는 것일지도 몰라. 가장 바람직한 모습을 마치 기본 소양쯤으로 여기는 우리의 사고방식이 너무 오만한 건 아닐까. 나는 때로 너에게 이처럼 고단한 일을 너무 당연하게 요구하며, 너를 비난하진 않았을런지 겁이 나.




쿠키 셋.


아니야. 그래도 역시! 프로는 프로다워야지! 부모는 부모답고! 학생은 학생답고! 선수는 선수답고! 그리고 코치는 코ㅊ ... 에라이, 모르겠다. 코치면 코치답게! 어른이면, 제발 좀 어른답게!! 후... 나는 당장이라도 숨어야겠어. 좀처럼 어른답지가 못하거든.




쿠키 넷.


그거 알아? 네가 가장 예쁘게 웃으며. 아니면 기쁨에 가득 찬 얼굴로. 또는 혀를 내두를 만큼 신물 나는 일에 기꺼이 몸을 내던지며. 하물며 지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면서까지도. 나에게 전해준 그 놀라운 이야기들은 일할이 야구, 구할이 너와 너의 삶, 네 곁의 사람들에 대한 것들이었지. 야구할 때의 너도 빛나지만, 야구를 하지 않을 때의 너는 눈부셔. 수많은 별을 담고 있는 우주 주제에, 잠시 반짝이다 사라지는 별똥별인척 하지 말라고.




쿠키 다섯.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까? 서서. 앉아서. 그리고 걸으며. 다시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 지난 날처럼 함께 훈련하고, 정리하고, 경기하고 싶은데. 과연 이 몸뚱아리가 그래 줄 수 있을까? 나는 네 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은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 부정적인 생각일까? 아니. 나는 나를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내 '방법'을 의심해.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를 의심해.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탐구하고. 시도하고. 결과를 얻고. 그 결과를 토대로 다시 탐구하고. 다시 시도하고. 다시 결과를 보는 것뿐. 너도 물론 그럴 거지? 맞아, 우린 결코 우리를 의심하지 않지.







맛없는 쿠키는 입에 넣지 말고, 쓰레기통에 넣기.

맛있는 쿠키는 혼자 먹지 말고, 같이 먹기.

밋밋한 쿠키는 더 맛있게 구워내 주기를.

내게서 산산이 부서지고 흩어진 것들이 너에게로는 조금만 더 말랑하기를.

우리 조금만 힘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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