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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정국 Aug 04. 2019

우윳빛 강물을 따라가며

빙하의 눈물과 산란하는 연어 떼



 북쪽으로 앵커리지를 향해 돌아가는 길은 케나이 반도를 다시 관통한다. 태평양의 먼 바다를 떠돌던 연어가 알을 낳고 자진하기 위해 돌아오는 곳이 이 일대다. 차창 밖으 청록색 강물이 드문드문 모습을 비췄다. 플라이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얕은 개울에 다리를 걷고 서 낚싯대를 휘둘렀다. 혹시나 곰을 볼 수 있을까 싶었지만 곰들은 더 상류에서 연어를 기다린다고 했다.  

 강물의 빛깔이 연한 청록색에서 옥색, 터키석의 녹색, 그리고 우윳빛의 스펙트럼을 넘나 든다. 강물이 이런 빛깔을 띠는 이유는 그것이 빙하에서 비롯하기 때문이다. 수만 년 전부터 거대한 몸으로 한 방울씩 응축해내는 눈물. 눈물 속으로 스며든 마찬가지로 오래된 미세한 흙과 모래의 입자들이 이뤄내는 빛의 산란. 수만 년 전의 빛이 강물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그 장구한 역사를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들이 연어다. 날카로운 바위 조각과 낚시꾼의 바늘과 곰의 이빨,  발톱을 피해 세차게 흔드는 지느러미. 맹렬한 그 움직임의 종착역이 상류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마침내 도착한 삶과 죽음의 보금자리에서 암수는 뿌옇게 산란하리라. 우윳빛깔로 물드는 웅덩이에서 생명은 태어나고 다시 그만의 장구한 역사를 이어가리라.

Russian River - Kenai peninsula, Alaska - 201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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