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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량 Feb 12. 2019

죽고 싶을 땐 라면을 먹어.

인간은 누구나 죽고 싶을 때가 있다.

살면서 죽음이란 걸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잘 나가는 사장님도, 저명한 유명인도 인간이라면 한 번쯤 죽음을 생각해 보았으리라. 

그들에게도 그들이 감당하지 못할 어려움과 고난은 있었을 테니까.


‘죽음을 생각하는 것’ 


나는 이것이 인간이기에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인간은 살면서 무수한 선택을 한다. 

그리고 어떤 선택이든 100% 만족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설령 성공한 선택일지라도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후회가 남기 마련이다.


끊임없이 선택하고, 후회하고...,

난 이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태어남’은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태어날지, 태어나지 않을지, 어떤 환경에서 태어날지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자신이 직접 한 선택에도 후회가 남는데 하물며 선택하지 않은 '태어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면? 


살아가며 겪는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 견디기 힘든 고통들. 


그 순간, 죽음을 떠올리는 건 우리가 나약해서도, 고난에 패배해서도 아니다. 

그냥 인간이기에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리고 대다수 우리는 그 순간 살아가는 길을 선택한다.  


무엇이 그 순간 우릴 살아가게 하는 걸까?


나 역시 사는 게 버거울 때가 있었다.

아니, 지금도 가끔 그렇다. 

‘죽으면 편해질까?’ 

‘이런 삶보단 죽음이 평화롭지 않을까?’

문뜩 이런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런데 그렇게 죽음을 생각할 때도 때가 되면 배가 고팠다.

때가 되면 목이 말랐고, 하지 못한 일들이 떠올랐다. 

부모님의 얼굴도 떠오르고, 보지 못한 영화 시리즈의 결말도 마음에 걸렸다. 

하다못해 애타게 기다린 아직 출시되지 않은 게임도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생각했다.

‘난 아직 죽음을 선택할 때가 아니구나.’


어쩌면 우릴 계속 살게 하는 건 거창한 것이 아닐지 모른다.


내가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날 살게 한 것은 굉장히 하찮은, 아무것도 아닌 일상 중 한 부분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난 죽고 싶단 생각이 들 때면 좋아하는 라면을 끓여본다.


라면의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하고, 식욕을 자극하면 '일단 먹고 생각하자.'는 마음이 들며 죽음을 미뤄두게 된다.


그리고 짭짜름하면서도 자극적인 맛이 주린 배를 달래주고, 남은 국물에 찬밥을 말아먹고 냄비를 놓을 때면, 포만감에 어느새 죽음에 대한 갈망을 잊어버리곤 한다. 


작은 것이라도 아직 나의 일상 속에 살아갈 이유가 있다는 것.


그것에 감사하며 난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

언젠가 또 후회할 이 인생이란 길에 발을 내디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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