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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량 Nov 04. 2019

죽고 싶지만 무서워.

아직은 죽음이 두려운 나에게.

"아프지 않게 죽는 방법이 있나요?"


은근히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질문 중 하나다. 아프게도 그만큼 삶의 무게가 무겁고 그것이 버거운 사람들이 많다는 뜻 이리라. 


물론 이에 대한 대다수의 대답은 '그런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그럼 누군가는 말한다. 그런 방법은 분명히 있다고, 당장 안락사를 허용한 국가도 있지 않느냐고 말이다. 


맞는 말이다. 이미 인간은 잠들며 죽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몸이 편안하다고 마음까지 그런 것은 아니니까.

죽음이란 몸만이 아니라 마음의 아픔도 동반하는 아주 어려운 영역의 일이다. 


그걸 알기에 아직도 많은 이들이 이 힘든 삶 속에서도 죽음을 주저하고 있는 것이다. 나 역시도 그렇다.

난 마음의 병을 앓고 난 이후 오랜 시간 삶을 놓고 싶다는 충돌과 싸워왔다. 어느 날 문뜩 떠오른 유혹이 '아프지 않게 죽는 법, 잠들 듯 죽는 방법'을 검색하게 만들곤 한다. 하지만 이내 깨닫는다. 


그런 방법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아직 내 안에 살고자 하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위에서 말한 '아프지 않고 죽는 방법'으로 돌아가 보자. 과연 그 방법을 선택한 그들이 그런 길이 없었다고 한들 죽음을 포기했을까?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죽음의 두려움과 고통을 받아들이고, 이겨낸 후 죽는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덜 고통스러운 죽음의 방법을 찾고 있다면 그건 아직 살아보라는 마음의 깊숙한 신호다. 

결정을 내리면 돌아올 수 없는 만큼 한 번쯤은 머뭇거려보라고,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선택해도 되지 않냐는 우리를 향한 마지막 설득인 것이다.


그래서 난 죽음을 유보한 채 지금도 살고 있다. 


삶이 너무나 고달프고 힘들더라도 아직 죽음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이 있다면 조금은 더 살아봐도 좋지 않을까? 


죽음이란 어차피 언젠가 맞이할 것이고 조금은 미뤄두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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