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otal Eclipse Jul 30. 2021

당신이라는 강물

[러브어페어]OST중<SentimentalWalk>by엔니오모리꼬네

https://www.youtube.com/watch?v=V_20MAJaYTs







  강원도 정선엔 아우라지가 있어요. 두 샛강이 어우러지는 곳이라 이름을 그렇게 붙였다죠?

 아우라지라는 지명도 예쁜데 아우라지의 주소가 정선군 여량면이에요.

 헷갈리지 마세요, 여랑이 아니라 여'량'이랍니다. 

 어때요, 상쾌할 정도로 예쁜 이름 아닌가요? 

 여량이 아닌 여'랑'이었다면 이토록 구슬 같은 느낌은 갖지 못했을 듯해요. 

 여량면 아우라지에 흐르는 물은 반짝반짝 빛나죠. 물론 날씨의 협조가 있어야 할 거예요.

 눈을 감고 떠올려 보세요. 투명한 수면, 복된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수많은 작은 빛들을요.

 지명과 풍경이 서로를 더 빛나게 하고 있습니다. 여량 아우라지의 빛으로 부서지는 강물은 그래요.


 그거 알아요?

 당신이 바로 그 강물이었습니다. 

 내가 처음 본 당신은 그렇게 빛나게 흐르고 있었어요.  


 흔히 설레는 사랑의 초입에서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볼까 걱정되기도 한다면서요.

 난 그럴 여유가 없었어요.

 당신을 바라보고, 당신에게 질문과 대답을 하는 모든 시간에 나는 없었으니까요.

 당신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는 생각도 해 본 적 없어요, 그래서. 


 한 발짝 떨어져 있는 지금에서야 신경이 쓰이네요.

 당신은 어때요?

 내가 어때요?


 당신이라는 맑디맑은 강물을 넘치지 않게 잡아주는 둑이 되고 싶습니다.

 지나치게 높아 당신의 매력을 가리지 않도록

 지나치게 낮아 당신의 신비가 흩어지도록 하지 않을게요.

 

 그대라는 잔잔한 강물이 지하로 흘러들지 않게 맞아주는 바다가 되고 싶습니다.

 지나치게 광포해 당신이 놀라지 않도록

 지나치게 공허해 당신의 흔적이 헛되도록 하지 않을게요.

 

 둑과 바다로 당신과 공존할 수만 있다면

 우주도 아깝지 않습니다.

 나는 그렇습니다.



     

 '센티멘탈'한 산책이라네요. 충분히 일리 있는 수식어죠. 

 당신과 나란히 걷는 이 길이 어찌 센티멘탈하지 않을 리가 있을까요.

 차이나는 키가 이렇게 로맨틱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옆에 있어도 궁금해 죽겠는 당신의 모습 때문에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살짝 아래를 쳐다봅니다.

 그 움직임이 나는 짜릿해 미치겠어요. 

 그 기울기로 당신을 보면.

 당신은 자연스레 얼짱 각도 속으로 들어온답니다. 몰랐죠?

 하긴.

 어느 각도에서 당신을 바라본들 달라지는 게 있을 턱이 없겠네요.

 

 우리 이제 시작이잖아요.

 나란히 한 곳을 보고 걸어갈 데가 셀 수도 없을 지경이네요.

 당신과

 양들이 흰 점이 되어 박혀있는 초원을 달리고 싶구요. 

 파도가 부서지는 바람 부는 해변을 거닐고 싶답니다.   

 가을빛이 억새를 반사하는 오름에 오르고 싶구요.

 함박눈이 내린 뒤 아무도 밟지 않은 곳을 찾아가고 싶습니다. 


 그래서

 하늘거리는 당신의 웃음과 

 바람에 날리는 당신의 머리카락과

 반짝거리는 당신의 몸짓과 

 눈보다 흰 당신의 미소를 한치 남김없이 담아내고 싶습니다.

 

 예감할 수 있습니다.

 수면 위 에메랄드 색 화려함이 아닌

 저 깊은 아래의

 심연.

 그 묵직한 공간에서 비롯되는 진정한 일체감을 

 당신과 나는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난 사람을 보는 눈을 가졌거든요. 지독한 근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시작이라는 이유로 설레는 거라면 결국은 가라앉겠죠?

 상관없답니다.

 당신과 하나가 되어가는 또 다른 설렘이 웅장하게 그 자리를 채울 테니.


 옆에 있어주기만 하세요. 


 단 1미터를 걸어도 우리의 걸음은.


 우주 최고로 센티멘탈한 산책이 될 거니까요.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






 

  

 

 

 


이전 05화 숨이 막혀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