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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al Eclipse Jul 27. 2021

들려줄 걸 그랬어

[해어화]OST중<사랑 거즛말이> by 한효주

https://www.youtube.com/watch?v=DSgXOIcvBLs








  불길해서 일부러 안 듣는 노래 있지 않아요? 

 분명 멜로디는 좋은데 가사가 영 꺼림칙해서 들리면 피하게 되는 곡. 나도 그런 노래 몇 개가 있어요. 

 그럴 땐 왜 저렇게 아픈 제목과 가사를 그토록 아름다운 음악에 입혀 놓았을까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지요.

 선율 자체가 우울해도, 적당히 우울하고 영리하게 빗댄 슬픔 정도만 이야기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존 박의 'Falling'도 그랬어요. 참 좋은 곡이거든요. 그런데 제목부터가 맘에 들지 않는 거예요. 

 대중가요라면 마땅히 'Falling in Love'의 'Falling'이 됐어야 하지 않나요? 

 이 노래 제목 'Falling'은 그냥 직설적이고 단도직입적인 '추락'일 뿐이었습니다. 

 포물선의 후반부에 보이는 부드러운 하향곡선이 아니라 수직으로 떨어져 버리는 '추락'인 거라구요. 

 그래서 파일을 구매하고 저장한 뒤에도 이 노래가 셔플 재생으로 흘러나오기라도 하면, 

 바로 다음 곡으로 넘겨버리는 버릇이 생겼답니다. 이럴 거면 뭐하러 샀는지.


 그런데.

 '추락'정도면 그나마 나은 것이었을까요? 

 혼자 바닥으로 내팽개쳐지면 되는 거니까?


 사랑은 거짓말이래요. 제목부터 그렇답니다. 그건 좀 얘기가 다르잖아요. 

 사랑이란 게 하나가 아닌 둘이 존재해야 만들어지는 단어니까.  

 혼자만 추락하고 말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사랑 거즛말이'라고 무 자르듯 단정을 해 버리니까.

 그러니까 혼자가 아닌 당신과 나 모두가 상처 받을 만한 제목과 가사가 아니겠냐구요.

 그래서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이 황홀하고도 슬픈 노래를.

 정말로 거짓말이 돼 버릴까 봐. 

 정말 거짓말.

 반대말이 합쳐지니 강한 거짓말이 되었네요.


 그래서 들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어.어. 하다가 어느 순간

 거짓말이 되어 버렸어요. 이게 뭐람.


 이렇게 될 바에야.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냥 들려줄 걸 그랬나요?

 병균을 집어넣어 병을 예방하는 주사처럼.

 거짓말이 사랑을 갉아먹지 못하도록. 

 '사랑은 거즛말이'라고,

  따끔따끔한 주사를 귀에 놔줄걸 그랬습니다.


 약간의 아픔도 두려워 못 본 척 비껴갔건만. 그래서 우리의 면역력이 떨어졌나 봅니다.

 후회막심이에요.

 사랑은 거짓말이라고.

 혹 정말이 아닌 걸 눈치채더라도 놀라지 말라고.

 그렇게 말해줘야 했습니다.  

 그렇게 들려줘야 했습니다.


 


  그게 마지막일 줄은 몰랐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렇게 가 버리면 나만 못된 사람이 돼버리는 거잖아요. 너무 많은 것을 받기만 했잖아요.


 모든 걸 준 사람은 사랑이 거짓이 될 때 더 냉정한 법이었습니다. 

 아직은 정신이 없고 어지러워 미칠 지경이지만, 그건 알 것 같습니다.

 평생 모아 온 기를 쏟아부어 사랑에 몰입했으니 남은 게 있어야 머뭇거리기라도 하겠죠.

 심장이 멈추어 버렸는데, 힘차게 뛰던 피가 멈추어 버렸는데 차가워지지 않을리가요.

 내장이 끊어지는 고통을 씹으며 로봇처럼 돌아서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사랑에 올인한 게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압니다. 

 모든 걸 잃고 공허가 된 허공을. 그리고 당신의 단절을.


 그런데 말이에요.

 한없이 못된 내가 못된 짓 한번 더 할게요. 그래야겠어요.

 당신이 느꼈던 것처럼 이기적으로 한번 더 말해 볼게요. 내가 쓰는 글이니 내 맘대로 거든요.

 억울하면 답장을 하세요.


 지옥을 살아갈 겁니다.

 사랑은 거즛말이란 그다지 충격적이지 않은 어감에도 불구하고,

 거즛말의 구렁텅이는 생각했던 것 보다도 훨씬 깊고 숨 막히는군요. 심해요 이건.

 후회하는 만큼, 미안했던 만큼.

 꾸준히 지옥의 늪에서 살아갈 겁니다. 믿지 않아도 돼요.

 모르죠. 

 먼 훗날 이 글을 보며 낯이 붉어지는 파렴치한 녀석이 될 지도. 

 그러니 믿으면 안 됩니다. 

 다만 있잖아요.

 어딘가에서 스스로의 멱살을 부여잡고 가슴을 때리고 있을 사람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사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것이란 걸 이제서야 알고 매일 밤 흐느끼는 사람이.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을 거라고 알아주세요.


 투정 맞습니다. 마지막 못된 짓이죠, 당신에게는.

 저주하거나 무시하거나.

 차라리 저주하세요.

 존재를 떠올리고 저주해 주는 것이 잊혀지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온전히 바치지 못했기 때문에 찌꺼기가 남아 더 지저분하게 아프네요. 어쩔 수 없는 일.

 다음은 없습니다.

 사랑은 거짓말이라고 이렇듯 노래하고 있잖아요.

 날카로운 얼음 위를 맨발로 걸어가는 듯 그렇게 걸어가려 합니다.


 다시는 속지 마세요 당신.

 사랑은 거즛말입니다.


 텅 빈 마음의 창고는 오히려 채우기 편할지도 몰라요. 찌꺼기가 없으니까.

 그런 당신이 존경스럽습니다.


 뚜벅뚜벅 걸어가세요.

 그럴 거라 믿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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