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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al Eclipse Jul 22. 2021

천사의 몸짓이야

<You Make Me Smile> by 제니퍼 러브 휴이트

https://www.youtube.com/watch?v=-7561cDEArI








  남자들은 그래. 

 아 물론 그렇지 않은 남자들도 있어. 요즘엔 더 많아진 듯해. 

 싸잡아 한통속으로 몰아버리면 린치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니 날 단정적인 사람으로 보지 않았으면 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그렇긴 해. 남자들은.

 외모면 외모, 성격이면 성격. 혹은 능력이면 능력. 

 이 여자와 함께 가기로 한 이유가 큰 항목 하나로 정리가 되지.

 

 여자들은 신기하고도 신비해.

 나쁘게 말하면 종잡을 수 없고 이해가 쉽지 않아.

 순간적으로 남자의 움직임을 포착해 세밀한 포인트를 걸러내지. 바로 그 포인트에서 매력을 찾는다나.

 그가 별 의미 없이 던진 말 하나와 동작 하나가 이 남자를 선택한 이유가 되는 경우도 많잖아. 많이 봤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너도 그랬잖아. 맞지?

 거봐.


 국제커플이 아니라면 남자와 여자가 공감할 수 있는 거 하나 알려줄게.

 미린다와 마란다는 어느 쪽이 원칙이고 어느 쪽이 음료수일까?

 그 괴팍했다는 연주자의 이름은 파가니니일까 피가니니일까?

 태평양에 떠 있는 섬나라는 비누아투가 맞아, 바누아투가 맞아?

 방송국에 있는 티 내볼까? 오손도손과 오순도순 중 바른 표현은?


 우리말은 이상하게도 자음보다는 모음이 헷갈려. 

 쪽지시험이라도 보면 어느 한쪽으로 답이 쏠리지 않으니 증명이 된 거나 마찬가지 아닐까? 

 도대체 왜 그럴까? 입술의 모양이 앞 모음과 어울리는 쪽으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그런 해부학적인 이야기는 제쳐두고 생각해 보자.


 모음은 엄마의 소리잖아. 너도 엄마가 될 거잖아. 아빠가 나 아니면 가만 안 두겠어.

 어쨌든.

 엄마는 여자잖아. 엄마가 될 너는 여자잖아.

 여자는 참 오묘해. 세밀하게 뭘 잘 포착해 내면서도 종잡을 수 없는 게 여자라고 한 거 기억나지? 

 거기에다 깊이를 알 수 없고 복합적이야. 무슨 생각을 하는지 헷갈리기 쉬워. 모르겠어.

 그러니 발음이라고 다르겠어?

 모음은 항상 헷갈리는 법이야. 


  자음은 아들의 소리고. 나도 아들이야. 너 나 닮은 아들 낳으면 가만 안 두겠어.

 어쨌든.

 아들은 남자잖아. 남자는 뻔하고 즉각적이지. 

 나쁜 것만은 아냐.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가는 스스로 돌아버렸을 게 남자들이거든. 

 물론 요즘은 섬세한 남자들이 많아지긴 했어. 아까 얘기한 거 기억나지? 

 그렇다 해도 남자는 이거 아니면 저거야. 

 돌려서 얘기하면 상 멍청이가 되어버리고, 

 내 어디가 그렇게 좋냐는 여자들의 질문이 세상 가장 공포스럽게 느껴지는 게 남자 아니겠어?

 그러니 발음이라고 다르겠냐구.

 자음은 명확해. 완전히는 아니지만 모음에 비해서는 절대적일 정도지. 


 아, 아까 말한 문제들 정답이 뭐냐고?

 

 검색해 봐. 이 오묘한 여자야.

 



 연주곡이 아니라 글을 읽는데 신경이 쓰이나 보네?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온통 너에게 홀려 제정신이 아닌 나에게 누군가의 축가는 필요하지 않겠어? 

 내 한 몸이 반죽된 수제비가 돼서 너라는 국물에 풍덩 빠져버린 것 같아. 끊어진 육체가 고통스럽게 녹아내릴 것을 알면서도 말이야.

 그러니까 너도 나에게 빠져보라고.

 내 말을 들어주는데 이 노래가 방해가 된다면, 그건 네가 아직 나에게 흠뻑 빠진 건 아니라는 소리야.

 너와 내가 한 줌 남김없이 서로 스며든다면.

 얼마나 사랑스럽게 들릴지 모를 거야. 이 노래가.


 너를 기다리는 내 모습이 좋다고 했지.

 햇살에 비치는 옆얼굴이 좋다고 했어.


 오묘하고 헷갈리진 않아 다행이야, 하하.

 고마워.

 널 기다리는 나는 얼마나 설레고 있었겠어? 들뜨고 밝은 표정이었겠지. 당연히 좋아 보였을 거야.

 옆얼굴이 좋다는 건.

 앞얼굴은 영 아니라는 얘긴데...


 이해할게, 하하.

 내 모습이 어떻든 무슨 상관이겠어. 

 이제 난 웃음뿐일 텐데. 너 때문에.

 더 못생겨져도 신경 안 쓸 거야.

 너만 괜찮다면.

 안 괜찮다고?

 알았어. 최소한의 관리는 해야겠네 그럼. 


 사랑해.


 도저히 참지 못할 너의 매력도 하나 알려줄까?


 좋아하는 음악 나올 때 어깨를 으쓱하고 고개를 까딱거리는 너는 거의 천상의 존재야.

 그 모습만 떠올리면 미치겠어.

 너. 고향이 천국 맞지?

 그러고 보면 나 정도는 꽤 섬세한 남자 아니겠어? 찬란한 몸짓을 잡아냈잖아.

 너의 까딱댐을 감상하려면 계속 음악을 틀어대는 수밖에.


 오늘은 이 노래 들으면서 까딱거려 줬으면 해.

 그리고.

 천상에서 내려왔다 다시 올라갈 때

 나도 데리고 가 줘.


 그럴 거지? 


 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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