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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편지 쓰는 날에는. +30

에필로그스러운 소감

사랑하는 당신에게 편지 쓰는 날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아내에게 편지 쓰는 날은 사랑을 느낀 대로, 미안함을 깨달은 대로, 반성한 그대로 글을 적으면서 아내의 얼굴을 생각하고 아내 마음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큰아들을 생각하면서 쓸 때는 저보다 더 아름다운 마음으로 저를 생각해 주고 배려해 주는 말과 행동들 때문에 감사하고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둘째 딸애개 편지 쓰는 날은 딸과 함께 지내면서 '어쩜 이렇게 딸의 마음을 몰라주고 몰라줬던가?'라면서 반성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를 늘 무서워하면서도 이제 슬슬 반항하고 싫은 내색을 얼굴 가득 보이는 모습들이 미웠는데 알고 보면 그만의 표현방식으로 소심하게 저에게 나타낸다는 것을 알고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막내딸을 생각하는 날은 정말로 눈물 먼저 흐르는 날도 있었습니다. 삼 남매집 막내라면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어도 무조건 사랑받고 칭찬받는 딸인데 저희 집에서 막내는 뭐든지 마지막으로 해야 하고, 오빠와 언니에게 조금이라도 반항하고 주먹질했다가는 심하게 혼나는 일이 반복되어서 항상 속상하고 억울한 날들만 이어지는 딸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린이집 시절까지만 해도 "언제나 최강"이라면서 거침없고 막내기질로 휘젓고 다니는 강력한 딸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학교에서 발표도 쑥스러워서 발표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도 잘 안 하는 여자애로 변해져 있었습니다. 말도 생각도 없는 아이가 아니라 자꾸 문제가 되어 혼나는 게 싫어서 느낀 것을 통해 할 말이 다 있는데도 안 하는 것을 알게 된 날 혼자서 엉엉 울었습니다.



이렇게 아내, 큰아들, 둘째 딸, 막내딸에게 일상생활을 함께 하면서 느낀 대로 편지를 쓰는 시간들은 엄청 행복했습니다. 살면서 이런 시간을 가지면서 지내는 것이 엄청 의미 있었습니다. 맛있는 탕음식을 국물 한 숟갈만 떠먹고 "맛있어요."라고 했다면 이번 편지 쓰기 시간은 맛있는 음식을 처음부터 그릇 바닥이 보일 때까지 전부 먹고 "진짜 맛있네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가족들의 사랑, 상처, 마음을 진짜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가정회복을 위해서 글을 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반성문은 앞으로도 매일 쓸 것입니다. 반성문이라고 했지만 깨달아가는 것을 잊지 않고 실천하기 위해서 공개적으로 "다짐"하는 글입니다. 이와 더불어서 가족에게 편지 쓰기도 계속하려고 합니다. 편지를 쓰는 동안에 느껴지는 것이 엄청 많고 그것들을 통해 겉모습만 보고 지내던 가족들의 속마음을 제대로 알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편지 쓰기를 시작하면서 저는 이런 행동을 합니다.

쓰기 전에 눈을 감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의젓해지고 있는 큰아들, 점점 더 많은 것을 하고 싶어 하는 둘째 딸, 혼나기 싫어서 말을 안 하지만 초등 4학년 나이는 아직도 어리고 혼동스러운 것을 표출하기 바쁜 막내딸을 생각하면 셔 눈을 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그가 내게 느끼게 해 준 것들이 생각나기 시작합니다. 때로는 기쁘고, 뿌듯한데 때로는 엄청 미안하고 몸 둘 바 모를 정도로 반성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그 마음을 찬찬히 적어내립니다. 글을 쓰는 게 서툴러서 저의 마음을 모두 표현하지 못하긴 한데 편지글을 쓰는 순간마다 느끼는 것은 "나는 참 서툴고 고집스럽게 구는데 아내와 아이들은 언제나 한결같이 나를 사랑해 주고 배려해 주는구나"라고 느낍니다.



저는 추천합니다.

가족에게 편지 쓰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 번쯤 '유언장 쓰기'와 '입관 체험' 통해 삶의 숭고함과 살아가는 순간의 감사를 느끼며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겠다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가족에게 편지 쓰기'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들과 내가 살면서 느끼는 소감을 담담히 적어나가다 보면 그들(아내, 아이들)이 내게 주는 사랑을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열심히 안 살 수가 없게 됩니다.



매번 편지글을 올릴 때마다 감사하고 있습니다.

편지글을 통해 반성하고 감사하며 더 사랑하게 되는데 그 과정을 아름답게 느껴주시고 공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글들 때문에 편지를 쓰는 동안 엄청 행복했습니다. 일반인이고 가족에게 서툰 저에게 그렇게 지내는 것이 잘못하는 것이 아니며 지금이라도 노력하는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고 힘내라고 해주시는 것에 늘 감동하곤 합니다.




편지는 마음을 전하는 것을 넘어서는 것 같습니다.

제가 정보를 전하는 기자처럼, 사실을 적어야 하는 조서처럼, 잘못한 것을 적어야 하는 반성문을 쓰는 글이었다면 이렇게 찐한 감동과 감사를 경험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느낀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는 편지글이다 보니 마음을 전하면서 제 마음은 더 울컥하고 그 어떤 순간보다 뭉클했습니다.



진짜 편지 쓰기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일반인이라서 제가 강사처럼 제안하고 강의하면서 추천을 할 기회를 얻지는 못합니다. 다만 여기를 통해서라도 편지 쓰기를 제안합니다. 나의 가족에게 편지 쓰기를 하면서 느끼는 마음을 통해 좋은 가정,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상처 없는 자녀,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받는 자녀가 되도록 해줄 것 같습니다. 적극 추천합니다. 편지를 쓰는 동안 저는 거짓 없이 마음을 나눠보았습니다. 그래야 솔직히 저를 드러내놓고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이 편지 쓰기를 추천하고 싶은 분들은 특히 "남편"입니다. 아내를 향해 10편 정도 편지를 쓰다 보면 색다른 감정을 느끼실 것입니다.



너무 늦게 반성문 쓰고 싶지 않아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학교를 수료하면서 정말 많이 울었던 날이 있었습니다. 70대 후반의 아버님이 우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너무 늦게 알게 되었고 엄청 후회하고 반성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이제야 느꼈다는 것이 너무 한스러워요. 여기 있는 젊은 남편분들처럼 일찍 알았다면 아내와 헤어지거나 자녀들이 함께 있기 싫어하는 아버지가 되지 않았을 텐데요... 너무 한스러워요. " 그 말을 듣는 내내 "그러시군요."라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편지를 쓰면서 느낀 것은 "천만다행"이었습니다. 그 감사를 잊지 않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할 것입니다. 70 후반이 되어 80을 바라보는 시점에 "너무 한스럽다... 가정을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계속 지켜봐 주세요.



30편을 작성하는 동안 1편이라도 읽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 편 챙겨서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처음부터 늘 격려해 주시면서 응원해 주신 분들께 큰 감사드립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 사진: Unsplash의 Nick Fewin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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