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그 한마디
막내딸에게
너와 함께 지내면서 늘 오빠의 중2병, 언니의 사춘기에 대해서 신경을 쓰다 보니 너의 마음에 대해서 신경을 써주지 못하고 지내는 시간이 많다. 그것을 요즘 느끼고 있단다. 사랑하는 막내딸이 어느새 쑥쑥 커간다는 것도 잊고 말이야. 키도 어느새 쑥쑥 커가고 아이돌 연습생처럼 생겼다고 말을 들을 만큼 커가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그렇게 지내면서 너와 지내는 순간순간들이 여차하면 생각 못하는 사이 훌쩍 지나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사건이 있지. 작년에 입던 여름 잠옷을 입었는데 너무 느낌이 다른 거야. 작년에는 헐렁헐렁하고 시원하게 입으면서 귀여운 느낌이었는데 올해 입었더니 딱 붙고 작은 거야. 작년에 비해서 훌쩍 커버린 거지. 머리카락 길이만 길어진 것이 아니라 키도 훌쩍 커버린 것을 실감한 순간이었어.
몸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도 오빠, 언니 보면서 키가 커간다고 칭찬하는 사이 너는 조용히 키가 커가고 마음도 커가고 있었어. 그렇게 커가는 네가 해준 한 마디에 나는 할 말을 잊고 고마움만 간직하고 나오는 아침에 대해서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아빠가 새 일을 또 도전하느라 아침에 일찍 나가야 하는 날이었어. 아무렇지 않게 씻고 아침을 먹기 싫은데 간신히 먹자 말자 엄마와 실랑이를 하기 시작하는 시간이었지. 아빠는 그 시간이면 나가야 해서 서두르고 있었지. 나가는 길을 엄마가 바라봐주고 있었어. 그러다가 네가 다가오길래 아빠도 노력하는 의미로 너를 안아줬지. 그렇게 안아주고 이제 현관을 나가려고 하는데 네가 한마디 말했지.
힘들지만 하루 잘 보내세요.
아이고.... 너의 그 한마디 말에 현관문을 나서려다가 멈췄단다. 너의 이쁜 마음을 느끼면서 감동했거든. 그리고, 그 감동을 느끼는 게 증폭되었는데 처음 하는 일, 모르는 분들과 적응해야 하는 상황, 계속 꾸준히 일하도록 잘해야 한다는 다짐이 맞물려서 한 번 더 울컥했단다. 아빠의 속마음을 하나도 설명하지 않았지만 너는 내게 한마디 말로 위로와 힘을 전해주더라고.
예전에 엄마가 해 준 말도 생각나더라. 막내가 아무리 설명해 줘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 같아 보여도 그렇지 않다고 했거든. 상황에 대해 느낌으로 알고 생각하고 행동한다면서 이제 아기가 아니라고 하더라고. 엄마의 그 말이 정확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어. 새로운 일 한다고 설명하지 않았지만 다른 행동을 하고 일찍 집을 나서는 아빠를 보면서 눈치채고 '힘들지만 하루 잘 보내세요.'라고 말해준 거라고 생각하거든.
작년에 헐렁하게 입던 잠옷이 몸에 꽉 끼는 옷으로 변한 너를 보면서 몸이 훌쩍 커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힘들지만 하루 잘 보내세요.'라고 말해주는 너를 보면서 마음과 생각도 훌쩍 컸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어.
고맙고 고맙다.
너는 나에게 귀하고 사랑스러운 막내딸이 맞네.
사랑하고 사랑해줘야 하는 것도 잊지 않을게.
너는 귀하고 귀한 존재이니까.
내게 선물이자 축복이라는 것을 잊지 않을게.
사랑해.
막내가 저를 울렸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사춘기라면서 날뛰는 막내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쁜 마음으로 어색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출근길을 서두르는 제게 한마디 말로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것에 감동해서 울컥했습니다. "고맙다"라고 말하고 얼른 뒤돌아서 현관문을 나서서 천만다행입니다. 막내 앞에서 주르륵 눈물 흘릴 뻔했습니다.
너도 힘들구나
막내가 그 한마디로 위로와 격려를 해준 것에 감동하면서 새로운 일을 위해 길을 걸어가면서 한번 더 울컥했습니다. "너무 힘들고 학교도 가기 싫어. 그냥 죽고 싶어!"라는 말을 하는 막내딸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학교에서 친구관계가 힘들고 집에서도 오빠, 언니와 늘 티격태격하다 보니 사는 게 힘들다는 말을 했던 것이 생각난 것입니다. 말의 뜻도 정확히 모를 수도 있습니다. 늘 보는 영화들을 통해 본 대사들을 따라서 그냥 하는 말들인 것으로 치부하려고 했지만 막내딸의 현재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아서 늘 신경 쓰고 있습니다. 자기도 힘든데 아빠의 어색한 첫 길을 위로해 준 것입니다. 손만 벌리면 안아주기로 했습니다.
막내는 남다릅니다.
천진난만하게 아무것도 모르고 정말 최강으로 지내던 아기시절이 있었습니다. 도저히 관리가 안 될 정도로 무적같이 막아설 것 없이 자연의 상태로 지낼 때도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아무런 생활지도가 안 되어있다면서 사회의 규칙을 따르면서 지내도록 교육이 되면서 조금씩 틀 안에 들어갔습니다. 집에서도 오빠, 언니처럼 생활습관을 지키도록 가르치며 혼내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생활습관들은 그렇게 다듬어져 가지만 막내의 꿈은 여전히 평범함과는 전혀 다른 꿈을 꾸고 지냅니다. '무대에서 슈퍼스타'가 되고 싶다는 것입니다. 어떤 것을 할지는 모릅니다. 그러나, 지지해 주기로 했습니다. 어떤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슈퍼스타가 될지 몰라도 지지해 주기로요. 다만 그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슈퍼스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줍니다.
오늘도 막내딸에게 감동하면서 고마움을 표하는 편지를 써 봤습니다. 편지를 쓰면서 느끼는 것은 삼 남매와 대화하고 느끼는 매 순간들이 감동과 감사입니다. 제가 유리알 같은 아이들을 망치로 두드려가면서 마음대로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서 꼭 사과하게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의 편지
출처:사진: Unsplash의Dmitry Rodiono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