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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들에게. +28

굿 나이트~

사랑하는 아들에게


인사를 건네주는 너의 몇 마디 메시지에 감동하는 밤이 있었다. 별거 아닌 것 또는 그냥 건넨 것에 아빠가 너무 감동하신다고 웃을 수도 있겠지. 그런데, 아빠는 요즘 아빠다운 아빠로 지내려고 노력하다 보니 너희가 말 한마디만 건네줘도 고맙게 생각하고 감동할 때가 많단다.



오늘도 그런 뭉클함을 느끼게 해 준 너의 한마디에 감동했다고 말하고 싶어서 적어 본단다.



아빠가 요 근래 너에게 아빠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돈을 좀 못 버는 포지션이지만 새로운 일을 하게 되었고 당분간 너희들에게 하고 싶은 것을 더 못해줄 수도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 그리고, 평범하게 월~금 아침에 나가고 저녁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일주일 내내 교대하면서 주간, 야간 근무를 한다고도 말했었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얼마 지나지않아 야간 근무를 하는 날이었지. 같이 저녁을 먹고 간식을 먹으면서 대화하고 잠을 자는 시간이 아니다 보니 허전하기도 하고 이렇게 지내야 하는 것이 살짝 아쉽더라. 그렇게 앉아서 저물어가는 해를 보면서 아빠의 모습이 초라한 모습을 생각하는 근무시간이었어. 돈도 적게 벌기 때문에 "뭐 먹을래. 사줄게!!"라고 호기도 부리지 못하는 것도 미안해서 마음도 무거웠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힘 빠진 채로 멍하니 있는데 아빠 휴대폰에 "띵~"하고 울리는 게 있더라고. 요즘 하도 광고가 많아서 처음에는 보지 않았어. 그런데,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봤지. 얼마 전에 휴대폰을 바꾸면서 카톡을 살려내지 못해서 메시지만 쓰고 있는 네가 보낸 메시지였더라고.



그 메시지에 아빠는 순간 얼음이 되고 감동했단다.


"아빠. 사랑해요. 내일 봐요!"

"안녕히 주무세요."


다시 읽었다. 다시 읽고 읽었어. 글을 못 읽는 게 아니라, 초라하다면서 자책하고 힘이 빠진 채로 앉아 있던 아빠 손을 네가 잡아서 일으켜 세워주는 느낌이었단다. 아빠랑 매일 저녁 식사하고 간식 먹으면서 하루를 나누는 시간이 아니어서 허전할 수도 있고, 여차하면 아빠한테 혼나지 않으니까 자유롭고 즐거운 저녁일 수도 있는데 아빠가 출근해서 나와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메시지를 보내준 너의 마음에 감동을 했단다.



그렇게 생각하는 일들이 많아진 아빠는 종종 다른 분들에게 하는 말이 있는데 "자녀는 제가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자녀와 함께 살면서 오히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라고 한단다. 이번에도 그런 것 같아. 아빠가 너를 키우고 길잡이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너와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아빠에게 늘 필요한 힘을 건네주는 것 같아. 중2라고 어리고 질풍노도의 시간의 청소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아빠보다 더 그윽한 사랑을 품고 있더라.


너는 그런 사람이더라. 몇 마디 메시지였는데 그걸 통해서 천만 배 사랑을 느낀 것 같아.


감사하기도 하고 감동이 되어 야간 근무하면서 혼자 울컥했단다. 그 메시지에 아빠도 한마디로 화답해주고 싶었어.


너! 참! 좋은 놈이다. 고맙다.



점점 더 감동하게 됩니다.

중2병 아들은 건드리지 않는 게 암묵적인 룰입니다. 그래서, 조심조심하지만 자꾸 심기를 건드릴 때면 '버럭'하고 친구끼리 싸우듯이 윽박지르곤 합니다. 그렇 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아내는 당황해하고요. 저는 어떻게 해서든지 아들을 이길 심산으로 아들과 윽박지르기 대결도 합니다. 그러지 말아야 하는 것을 당연히 알지만요. 그러면서도 아들이 이렇게 몇 마디 말로 아빠를 감동시킬 때면 가족 안에 '사랑'이 그래도 싹트고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서 감사하게 됩니다.



카톡이 안 되는데 메시지로 사랑을 전해준 아들에게 고맙다고 했습니다.

아빠를 격려하고 아빠의 야간 근무를 염려해 주면서 메시지를 보낸 것이 감동했던 것은 늘 써야만 하는 카톡이 아니라서 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습니다. 카톡이 아닌 메시지로 광고, 안내문자만 받다가 아들의 사랑문자를 받아서 더 행복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편지를 쓰면서 진짜 행복했습니다.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보다 고맙고 감동했다는 말을 건넬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아내가 해준 말에 더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아들이 커가면서 키가 비슷해지면서 서로 대화하고 웃고 지내는 모습을 보니까 "아빠에게는 아들이 있는 게 좋아 보인다."라는 말에 또 감동하고 행복하기도 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 Lorenzo Maranc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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