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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편지를 쓰면서+spin off

마음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편지를 쓰면서 당신의 마음을 알아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강남역 4번 출구에서 당신을 처음 만나자마자 "저 사람 같다!"는 느낌으로 "혹시~"하고 인사를 건네며 시작하던 때가 생각나요. 12시간 진통하면서 극심한 진통에 고통스러워하다가 휠체어에 실려서 정신을 잃기 직전의 상태로 수술실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엉엉 울던 때가 다시 생각나고요. 아이를 낳아준 그 자체, 수술로 3번을 감당하면서 수술 후 실려 나올 때마다 "너무 아파요. 너무 무서워요. 다음은 못하겠어요."라고 말했지요. 너무 아파서 눈을 질끈 감는데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흐를 때 그걸 닦아주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러면서 세 번이나 수술로 출산을 감당해 준 당신에게 "평생 존경할게요. 아니 애를 낳은 엄마들은 무조건 존경해야 해요."라고 말했던 것도 다시 생각났어요.



그렇게 당신과의 시작과 시작 이후 이어지는 많은 상황 속에서 당신을 사랑하겠다고, 한결같이 사랑하겠다고 말하면서 엉엉 울던 것들이 새록새록 생각났어요. 가정의 회복을 위해 반성문을 매주 쓰다 보니 점점 당신 마음속에 남겨 준 당신의 아픈 마음들을 알아가고 있어요.



그렇게 알아가는 마음들은 새로운 시선을 느끼게 합니다. 당신의 마음만을 알아가는 것이 아니고요. 그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작은 마음속에 콕콕 박혀있는 상처들을 느끼게 해주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자꾸자꾸 노력을 하게 돼요. 그런 것들이 "아빠 지금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앟아주고 있네요. 밖에서 사람들과 있을 때는 친절하고 혼내지 않기 때문에 늘 공적인 자리에서만 아빠랑 있어야 평안함을 느낀다고 했었지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는 아이들이 집에서 함께 뭔가를 하면서도 같이 있고 싶어 하기 시작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행동과 말을 아주 조금씩 고쳐가고 있는데 그것을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지켜보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늘 긴장하고 불안해하던 것을 내려놓기 시작했지요. 편지를 쓰면서 당신의 마음 안에 박혀있는 유리조각 같은 상처들을 알아가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쓰다가 울고 쓰다가 울다보니 때로는 감정에 울컥해서 편지글이 횡설수설로 마무리될 때도 있었어요.



반성하고 편지를 쓰는 나의 활동들을 격려해 주고 공감해 주시는 분들에게 약속을 지키듯 발행하다 보니 조금은 횡설수설한 편지이기도 했던 것이에요. 그런 글의 '발행하기' 버튼을 누르면서 또 울컥울컥했어요. "이런 마음으로 견뎌주며 살고 있는 아내를 너무 몰라줬네. 참!! 나는 뭐 하고 살았는지 몰라!! 진정한 남자가 아니네!!"라면서 반성하고 반성하고 그랬어요. 이번 편지를 쓰면서 아이들의 마음도 알아가고 있어서 너무 행복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알아가고 있다는 것이 제일 감사한 것 같아요.



당신이 "이제 알았단 말이에요?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라고 말해도 "그래요. 미안해요."라고 말하면서 빙긋이 웃어주고 사과할 만큼 고쳐지고 있어요.

당신이 " 너네 아빠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해 주는 줄 아냐?"라면서 말할 때면 대통령에게 훈장 받은 것처럼 진짜 진짜 기뻐요. 내 마음이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전해지고 있는 것 같아서요.



이렇게 당신에게 편지를 쓴다는 것은 마음속의 마음을 꺼내야 하고 당신의 마음을 헤아려야 하고 많은 분들이 읽는다는 것을 알고 쓰기에 더 많은 용기도 필요했어요. 그래도 하나도 힘들지 않았어요. 점점 더 용기를 낼 수 있었고요. 나는 당신에게 그리고 삼 남매에게 편지 쓰기를 멈추면 안 될 것 같아요. 편지를 쓰기 전에 말로 다 하지 못하는 나의 속마음을 전하고 싶었는데 조금씩 전해지고 있어서 행복해요. 그리고, 쓰면서 상처 가득한 당신, 삼 남매 마음을 알아갈 수 있으니 계속 이어가면서 우리의 마음 상처와 간격을 더 좁혀볼게요.



처음부터 당신을 사랑하고 지금도 여전히 사랑해요.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아주고 있는 삼 남매에게 고마워하고 있고요.



매주 화요일 읽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신에게~ 편지를 쓰면서 가장 감사한 것은 아까도 언급했듯이 아내의 마음 특히 말하지 않고 감내해 준 상황들과 그에 따라 생긴 아픈 마음들을 알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마음에 대해 귀를 열고 사과하고 인정하도록 격려해 주셨습니다.



살아가면서 이름 모를 사람들과 인사하고 일하고 어울려야 하면서 지내는 게 우리의 숙제입니다. 그런 어려운 숙제를 극복하고 가정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데 필요한 마음과 용기가 매주 샘솟듯이 격려해 주신 공감과 격려의 글들은 제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창피하고 미안해서 다시 회피하고 싶을 즈음에 따스한 손으로 잡아주고 때로는 격려의 포옹으로 "잘하고 있습니다."라는 것 같같아서 매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내와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기 위해 저는 계속 이어가볼까 합니다. 한결같이 이어가도록 격려와 응원 부탁드립니다.





편지를 쓰면서 어색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결혼해서 아직까지 아내에게 존댓말 쓰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많은 분들이 아내에게 존댓말이 어색하지 않은지 물어보십니다. 아내와 통화를 하는 과정에서 옆에서 듣던 분들이 물어보시는데 불편하지 않습니다. 반말을 하면서 아내에게 함부로 하고 싶지 않은 결혼 초 특히 삼 남매를 3번이나 수술하면서 낳고 감당해 준 그 숭고한 상황을 기억한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 보니 존댓말로 편지 쓰는 것이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아내를 존중하면서 마음을 전하는 것 같고 쓰는 내내 더 많은 것을 느끼는 것 같아서 참 좋았습니다.



더불어서 아이들 마음을 알아가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아내의 마음을 알아가고 있다 보니 아이들 마음까지 알아가는 시간들이 감사합니다. 아이들 각자의 마음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시간이 또 숭고한 시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키가 작고 늘 떼를 쓰면서 자기 하고 싶은 말과 행동만 한다면서 혼내기만 했던 아이들이 사실 제 주변을 맴도는 천사들 같습니다. 아빠를 성숙시켜 주기 위해서 함께 어울려 지내주고 있는 것 같아서 엄청 행복합니다. 덕분에 아빠다운 아빠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덤으로 세상을 보는 눈도 생기고 있습니다.

아내 그리고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면서 편지를 받을 대상에게 느낀 마음에 따라 때로는 감사, 때로는 사랑 그리고 후회 등등을 적다 보니 세상을 향한 눈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조건 미워하고 싫어하고 배척하기보다는 조금씩 이해하고 귀를 열고 들어보게 됩니다. 만나는 사람들과 진심이 담긴 대화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또 다른 편지를 쓰고 싶어 지기 시작했습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다.


이를테면 "버스 운전해 주는 마을버스 기사님" "길을 힘겹게 걸어가고 있는 할머니"등등 보이는 분들에게 한 번쯤 편지를 쓰면서 함께 마음을 나누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런 시간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편지를 쓴다는 것은 말하지 못하는, 말로 다 못하는 것들을 전하는 것 같습니다. 직접 손으로 쓰는 손 편지가 점점 사라지는 세상에서 편지의 힘이 이렇게 강력한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또, 가끔은 손 편지를 써보기도 할 에정입니다. 손 편지가 아닌데도 이 정도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다면 손편지의 힘은 더 아름답겠지요.


또 편지 쓸 생각에 창피하기보다는 또 용기가 생깁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이어지는 "당신에게 쓰는 편지 season 2"로 찾아뵙겠습니다. 브런치가 아닌 매거진으로 찾아뵙더라도 격려와 응원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일반인인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어서 엄청 힘이 나는 매일매일입니다. 감사합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Daria Glaktee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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