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때문에
아내에게
우리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대화를 하는 시간이 너무너무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당신이 나와 대화가 통한다면서 차 한잔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마음을 열었기때무니라는 것을 알아요.
얼마 전인가.
당신과 따뜻한 차 한잔을 놓고 대화를 하다가 듣자마자 예전 같으면 화를 냈을 수도 있는 말인데
이제는 화를 내기보다는 당신에게 미안해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대답하기도 했던 날이 생각나요.
"삼 남매를 키우다 보니 우리가 신혼 초에 생각했던 입양도 다시 생각나더라고요."
"입양. 아. 맞아요. 근데. 지금은. 안 돼요. 당신 때문에."
".................????.........."
"당신이 지금도 삼 남매를 상황을 잘 알아보지 않고 무조건 혼내고 그래서 아직 애들이 불안, 불편할 때가 많아요."
"그런 당신 때문에 더더욱 안 돼요. 그리고, 만약 입양을 하면 그 아이를 챙기겠다고 삼 남매에게 무조건 참고 양보하고 배려하라고 밀어붙일 것 같아서 안 돼요."
"..............................................."
"아.."
"예전에는 그랬지요. 나중에 그런 순간이 와서 안 그럴게요. 그렇군.... 요.."
이런 대화를 하면서 예전 같으면 "내가 언제 그랬냐고요." "나는 안 그럴 수 있어요."라고 말하며 반박하고 변명도 했을 것이에요. 그런데, 나의 부족함을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고치려고 노력하다 보니 당신이 해준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큰 아들의 자존감을 살리겠다고 신경 쓰다 보니 두 딸에게 소홀하고 아내가 힘든 것을 챙겨보겠다고 하면서 삼 남매에게 엄마 힘드니까 적당히 칭얼거리라고 했지요. 아빠가 주야간 근무하면서 불규칙적으로 사는 동안에 그런 아빠를 배려하겠다고 당신이 챙이고 챙길 때 마치 벼슬을 누리듯이 은근히 누리면서 왕노릇하고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 이제는 반박하기보다는 그런 시간을 만들어서 보낸 나를 반성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반박하지 않고 인정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면서 당신 손을 잡고 '믿어봐요.'라는 의미로 눈을 찡그리기도 하고요. 그런 말 한마디 꺼내놓기가 엄청 힘들었다는 당신 말에 마음이 찡했어요. 별거 아닌 말인데 그런 말에 버럭 화를 내면서 반박하고 변명하는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요..
그런 말을 듣고 바짝 고치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기회가 된다면 '입양'을 해야지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다짐을 하긴 했어요. 단, 전제는 내가 온화하고 온유한 성품으로 삼 남매를 잘 챙기면서 서로 잘 살아가도록 알려주는 아빠가 된다는 것이고요. 그런 꿈을 꾸는 것도 마음씨 좋은 당신, 나의 아내가 있기에 가능하긴 해요.
오늘도 그런 당신과 살아가는 것이 감사하고요.
당신과 차 한잔을 나누고 있는 시간도 감사하고요.
당신과 손을 잡고 길을 걷고,
서로의 출퇴근시간에 애틋한 손인사를 건네고,
다시 한번 더 뒤를 돌아보면서 웃어주는 관계라서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그런 당신과 살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감사하고요.
고맙고 고맙고요.
신혼 초에 우리 부부의 비전은 출산 외에 '입양'이 있었습니다.
결혼 전에 '아이 셋'에 대한 비전이 있다고 말하고 시작했다면, 아이 셋을 놓고 나서 우리 둘 다 뭔가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면서 '입양'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아내가 말하고, 제가 생각하던 것을 나누면서 '입양'에 대한 생각이 있고 시간이 지나 우리에게 주어진 때에 도전해 보자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15년이 흘러 다시 생각나서 아내에게 제안했는데 그때와 달리 15년을 살면서 저의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과감한 결정'을 하기에 두렵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더 빨리, 더 많이 고쳐서 그런 '신혼 초 우리 비전'이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입니다.
아이 셋을 힘겹게 낳았습니다.
첫애를 24시간 진통 후 어쩔 수 없이 수술로 출산했고요. 수술로 시작된 출산이라서 둘째, 셋째까지 두렵고 힘들지만 수술로 출산했습니다. 매 순간 울면서 시작하지만 아기를 위해 최선을 다해서 임신기간에 조심하고 출산날도 조심조심해서 진행하던 아내, 지금도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돕는 부모역할을 잘 해내려고 노력하는 아내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내가 힘겹게 낳은 아이들을 얘기하면서 무섭고 힘들다면서 '셋째'를 안 낳았다면 후회하였을 것이라는 말에 고맙고 미안하고 그렇습니다.
아내는 '존재'자체만으로도 소중합니다.
성장하면서 나의 엄마를 보면서 좋은 점과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을 분류하면서 '미래의 나의 아내'모습을 만들었던 때도 있습니다. 이상향이라고 하지요. 연애대상보다는 결혼상대자에 대한 그림을 자주 그리곤 했습니다. 세상에 수많은 연예인들을 보면서 미모, 생각, 비전등등을 선택해서 조합하여 결혼생활을 꿈꿔보기도 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중요한지 알았던 때도 있고요. 시간이 지나니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혼을 했고 배우자와 살고 있고 배우자와 함께 좌중우돌 하면서 다듬어져 가는 시간이 잘 흐르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갑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 아내'가 저와 지금도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제일 소중하고 최고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뭐 하러 배우자 이상향을 만들고 그랬는지 모릅니다. 그냥 아내를 만날 운명이었는데 말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저의 부족함을 공개하고 보는 분들이 있으니 변화하면서 지내 돌고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편지를 쓰면서 아내에게 진심을 표현하고 고치면서 지내는 일상이 이어지는 것은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임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일 매 순간 감사하고 있습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Kenny Elias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