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어도 돼요?
우리 삼 남매가 공통으로 하는 질문입니다.
먹어도 돼요?
이 질문을 받을때마다 "그래. 먹어.안 물어도 된다.제발 그만 물어!"라고 짜증을 낼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짜증을 낼 일은 아닙니다. 그렇게 질문하는 이유가 있었으니까요.
먼 길을 운전해서 가야 하느라 아이들에게는 잠시라도 위로를 받을만한 간식을 사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모두 원하는 것을 사도록 했습니다.
"먹을 거 하나씩 사라~~"
"다 샀어요."
"얼른 타고 가면서 먹자"
"와~~~~~"
아이들이 서둘러 차에 타기 위해서 달려갑니다. 차에 타면서도 서로 타겠다면서 싸웁니다. 그리고는 자기 자리에 앉아서 간식들을 들고 앉아 있습니다.
"얼른 먹어라. 왜 안 먹냐?"
"먹어도 돼요?"
"에이. 너네가 원하는 거 사서 먹으면서 가기로 했잖아."
"얼른 먹어"
"그럼 먹을게요!~"
"와~~~"
처음에는 이건 뭐지? 왜 그런 걸 물어보지 하면서 갸우뚱했습니다. '왜 그런 걸 물어보지?' 의아해했습니다.
"오늘은 영화 한 편 보자.치킨도 제때 도착해서 딱 좋네!!"
"먹어라. 영화도 시작이네."
"먹어도 돼요?"
"그럼. 먹어야지. 그러자고 주문했는데.."
무엇을 하던지 하도 물어봐서 아니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왜 그러지? '라면서 슬슬 짜증을 냈습니다. 아이들이 다 자는 것을 확인하고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자기가 산 것을 '먹어도 되냐?"라고 물어보고, 먹으라고 시킨 것들도 '먹어도 돼요?"라고 묻는 이유가 뭘까요?"
"몰라서 물어요?"
"잘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안 먹고 묻는 이유는 아빠때문이에요. 혼날까봐서요. 그냥 먹으면 그냥 먹었다고 혼나고, 기다렸다가 먹었는데 어른 먼저 먹고 나서 먹는거라고 그러고요. 놀자고 해서 뛰었는데 아직 아니라면서 혼내고요. 당신이 '시작~'같은 신호를 주지 않았을때는 매번 혼내서 아이들이 아예 묻고 시작하는거에요. 혼나기 싫어서요. 진짜 몰랐군요. 이제 아이들을 편하게 해줘요. 이제 그럴 나이도 아니에요."
아내 말을 듣고보니 모든 것은 제 탓이었습니다. 아내의 통제와 간섭수준보다 제가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었고 그 영향으로 아이들이 언제나 묻고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듣고보니 미안했고 여태 그걸 몰랐다는 것에 미안했습니다.
먹어도 돼요? - 해도 돼요? 아빠가 말해줘야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은 언제부터인가 "해도 돼요? 혼날 타이밍 아니죠?"라는 의미로 물어보고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고르고 먹기로 해놓고서도 물어봤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게임이나 놀이를 앞에 놓고도 "해도 돼요? 혼날 타이밍 아니죠?"라고 묻는 것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먹을 때, 입을 때, 놀 때, 가야 할 때 등등 부모와 함께 할 때마다 언제부터인가 물어보고 시작했습니다. 특히 아빠와 있을 때면 꼭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말에 '이제 그만 좀 물어라!'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라고 늘 말해주지만 아이들은 늘 '먹어도 돼요?" "해도 돼요?"라면서 늘 묻고 시작했습니다.
아기일 때는 다칠까 봐 아플까 봐 염려해서 '해! 하지 마라!'라고 했는데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이미 습관이 되어서 그런 통제의 말을 안 해도 '해도 돼요? 먹어도 돼요?'라면서 묻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말 뜻을 알고 나니 가슴이 찢어질 만큼 속상하고 미안하고 그랬습니다. 그런 질문의 이유와 뜻을 알고 있는 아내로서는 매번 반복되는 상황의 이유를 남편이 알고 고쳐줬으면 하면서 얼마나 가슴아프게 기다렸을까 싶어서 미안했습니다.
이번 아이들 말 번역을 통해 간섭과 통제가 얼마나 무서운지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전기가 흐르는 울타리를 모르고 부딪히면서 전기를 느껴본 늑대들은 어느 날부터인가는 울타리 근처도 가지 못하고, 울타리가 사라졌지만 울타리가 있던 자리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고 본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예의를 가르친다고, 아이들이 조금 컸을 때는 삼 남매가 늘 서로 싸우니까 같이 먹기 시작하자면서 억울한 사람이 없게 하자했고요.그러다보니 늘 놀이나 먹을때마다 '스타트!! 시작!!' 같은 말들을 했던 것들이 부작용을 가져왔습니다. 지독한 통제로 작용되어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고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어느샌가 "먹어도 돼요?" "해도 돼요"라면서 한번 체크하고 시작합니다.
이런 아이들 말을 번역하다 보니 그냥 주저앉아서 멍해집니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이야.... 뭐가 어디까지 잘못되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라면서 놀랐습니다. 뜨끔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 그런 상황을 알았으니 얼른 고쳐야 합니다. 아이들 말 번역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이 했던 말을 하나씩 나열해 놓고 그 말들 통해서 아이들 마음속을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속뜻을 알아가는 동안 미안함에 고통스럽고 마음이 힘들지만 그렇지 않을 날들을 위해 바짝 노력하려고 다짐해 보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여전히 부족하고 어설픈 아빠의 이야기를 꺼내는 시간이라 쑥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앞섭니다. 가슴속 감정이 요동치기도 하고요. 그런 이야기를 공개하면서라도 하나하나 바꾸려고 노력중입니다.
이런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의Docume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