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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사오'는요. + 16

노랑 참외맛

아이들이 영화보는 것은 즐기는데 자막 보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특히 막내딸이 자막을 보면서 이야기스토리 따라가는 것을 제일 힘들어합니다. 영화를 집중해서 보는 줄 알았는데 " 저 사람이 왜 저래요?" "쟤네는 왜 서로 알아요?"라면서 뜬금없이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사실.. 우리는 '화'를 내곤 했습니다.  



매번 '짜증'과 '화'를 냈던 것을 반성하면서 이번에는 자막 없고 재밌는 영화를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다가 결정한 영화입니다.

'육사오'


'45개 숫자 중에서 6개를 맞추는 로또'에서 따온 명칭이라고 합니다.

남한병사가 우연히 획득한 로또가 1등 당첨이 되어 찾을 날만을 기다리다가 당첨된 로또종이가 북으로 바람따라 날아갔고 뒤늦게 로또종이의 의미를 알게 된 북측병사와 공동구역에서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기초 배경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로또가 당첨되면 대박이다. 근데 왜 남과 북이 나올까?'라는 호기심에 이 영화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로또 종이가 휴전선 철책을 넘실거리며 넘어가니까 다수의 영화를 본 아이들이 벌써 스토리를 알아채기 시작했습니다. ' 저 로또 종이를 북한 병사가 줍겠네. 그 돈 찾으려고 하다가 뭔가 일이 일어나겠어.' 라면서 웃었습니다. 영화를 많이 보다보니까 가끔 겹치는 소재, 내용전개방법, 반전예상까지 하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국가, 소재, 장르를 불문하고 보고 있어도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영화'를 자주 보다보니까 저절로 알아가는 것이 많아졌습니다.



아이들이 유추한 대로 영화는 로또를 줍게 된 북측 병사가 찾으러 온 남한병사를 통해 로또 1등 당첨의 의미를 알게되면서 본격적인 상황이 전개됩니다. 서로 협력해서 '대의'를 이루자면서 손을 잡게 됩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내심 '통일'도 그렇게 '대의'를 이루자면서 평화적으로 포용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아마도 개성이 고향인 장인어른을 생각나서 더 그런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번은 꼭 아버님 고향인 개성에 같이 가보고 싶습니다. 그럴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 허허!! 이젠 쉽지 않지.'라면서 말씀하시네요.



그런 어른의 마음에 괜한 기대가 힘들어서 생긴 '체념'보다는 '희망'이 여전히 불씨처럼 남아있고 그것이 실현되는 날이 정말 오면 좋겠다고 소망해봤습니다. 서로 협력하자면서 진행되던 영화는 무난할 것 같은 협상 직전에 '완전한 신뢰'에서 '혹시~'하는 의심이 들면서 종이를 맞잡고 '서로 내 것'이라면서 대치하는 장면으로 이어졌습니다.  


"아유!!! 바보!! 서로 믿고 협력해야지!! 뭐 하는 거야!!!"


그런 상황을 보다 못해 아이들이 한 마디씩 해댔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코미디 영화가 실컷 웃기다가 갑자기 인간적인 사랑과 신뢰, 우애의 메세지를 던지는데 코미디영화가 그런 것까지 한다면서 화를 내던 것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런데 이 날은 웃고 웃는 코미디 영화가 던진 메시지가 소중하고 감사했습니다. 아이들이 영화에서 던져주는 메시지를 덥석 받아 들고 다시 피드백하는 것이 기특했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종반부를 흘러가면서 중심배우들이 연기력으로 자기 장면을 이끌어가기 때문인지 중심소재의 단순함, 예측가능한 결말로 재미를 잃을 수도 있는 영화의 허점에 휩쓸리지않고 매장면마다 쏠쏠한 재미를 맛보는 영화였습니다. 아이들은 장면마다 재미를 느끼느라 이야기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지만 너무 속상해하지도 않았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막내딸은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이 힘들지 않았습니다. 왜 일이 일어났고 어떻게 일이 전개되면서 어떻게 마무리가 되어가는지를 잘 이해하면서 영화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자막을 보면서 영화 속 배우의 원어 연기에 심취하면서 우리가 각종 영화를 즐기는 동안 '아직은 어려서 자막을 읽으며 상황전개까지 이해하느라 힘들었던 막내딸의 어려움'을 이제야 이해하게 되는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큰아들은 '큰돈이 당첨되면 무엇을 할 것인가?' 라고 화두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둘째 딸은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옷을 맘껏 살 거라는 말하면서 웃기도 했고요. 큰아들이 물었을 때 저의 대답은 하나였습니다.


"음!!! 돈이 준비되었으니 바로 세계여행을 떠날 거다! 다 같이!!"

"하하.. 그럴 줄 알았어요. 아빠는...."


아이들은 '역시나'라는 느낌으로 로또에 당첨된 아빠가 그렇게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일이 생기면 바로 아이들을 데리고 떠날 생각입니다. 지금은 자금 여력이 없어서 실행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인천공항에 다니면서 하루에도 11개국이상 만나고 8개국가이상 언어를 조금씩 하면서 대면하다보니 다른나라, 문화,언어의 매력에 매우 짜릿함을 느끼면서 일했습니다.  그 느낌들을 아이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느껴보고 싶은데 못하니까 늘 엉덩이가 들썩들썩합니다. 당장 그런 돈이 생기면 '바로 출발'입니다. 누가 투자해주면 '바로 go'이고요. 유투버가 하고 싶은게 아니고,  아이들과 세계 문화 경험을 하고 돌아와서 아이들이 각자 비전을 꿈꾸고 계획하도록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여전히 남과 북이 통일되지 못한 현실, 휴전선, 공동경비구역의 의미, 탈북하는 북한주민들의 생각과 현실에 대해서 아이들과 잠깐씩 얘기를 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어서도 좋았습니다. 책이나 자료를 보면서 분단현실에 대해 심각하게 대화하며 알려주는 것보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중요한 사실을 가볍게 대화하며 알려주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죽어도 먹기 싫어하는 콩을 숟가락 위에 얹은 스팸 반찬에 슬쩍 곁들여서 먹이는 전략 같은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들을 요약해서 적어 보겠습니다.

아이들이 느낀 한 마디 -  "아유!!! 바보!! 서로 믿고 협력해야지!! 뭐 하는 거야!!!"  - 육사오
덩달아 느낀 한 마디 -
무슨 일이든지 신뢰하고 협력해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아이들이 대견하다.- 육사오


이 영화 줄거리의 모든 것이 들어있는 포스터를 함께 나눠 보고자 합니다. 예고편은 공개되어 있지만 영화가 개봉한지 얼마되지않았기에 배제하고 그 느낌이 살아있는 포스터만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출처, 인용:OSEN 원문 2022-08-16에서 발췌


흔히들 킬링타임용이라고 말하고 가볍게 즐기면 된다고 말하는 영화 중의 하나라고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아이들과 약간의 진지한 대화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만, 당첨으로 인해 생긴 돈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아이들 마음에 새롭게 생긴 것이 조금은 아쉽기도 합니다. 크면서 알아가길 소원했습니다. '아무나 당첨되지 않는다!!!'



영화라는 미디어는 정말 소중합니다.

진실을 잘 묘사해서 후대에게 전해주기도 하고요. 웃음기 사라진 현실에 웃음과 상상을 건네주기도 합니다. 따뜻함이 필요한 곳에 호빵만큼 따뜻한 사랑을 느끼게도 하고요. 영화를 포함한 미디어는 기획해서 만들기도 하고 기획 없이 찍었다가 의도를 가지고 편집해서 진실과 감동을 알리기도 합니다. 이런 미디어를 잘 사용한다면 너무 열심을 내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적당한 교육효과도 있을 수 있습니다. 킬링타임용이라고 소개되는 '육사오' 영화를 통해서 남과 북 현실을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미디어의 부정적인 역할(?)도 맛봤습니다.

아이들과 외식을 하려고 길을 걸어가는 중이었습니다. 걷다가 좋은 집도 보고 좋은 차도 보았습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가지고 싶어 하는 아이들과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좋은 집과 좋은 차가 대상이라기보다는 가지고 싶은 것을 위해서 무엇을 하면 목표를 이루겠는가? 에 초점이 맞춰진 대화였습니다.


"하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겠니?"
"로또!!"
"으이그!!"


영화 속 현실을 가공의 현실로 보지 않고 아직은 진짜 현실로 받아들이는 막내딸의 즉문즉답이었습니다. 아직은 어려서 모든 것에 대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아서 '많은 지도'가 필요함을 다시 느낀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아직은 진리를 알고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신뢰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 기특했던 영화입니다. 물론 '협력'하면서 상대를 잘 알고 '신뢰'해야한다는 것도 중요하고요. '저 사람이 저럴지 모르니 나도 이래야지!'라는 의심보다는 신뢰와 협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특히 좋았습니다.



영화를 함께 보면서 아이들의 속마음을 알아가는 프로젝트가 항상 즐겁습니다. 행복하기도 하고요. 아이들에게 취조하듯이 묻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보면서 아이들의 작은 가슴과 작은 머리에 들어있는 속마음을 알아가는 시간이라서 매번 행복합니다. 물론, 함께 영화를 보면서 웃고 울고 즐겨주는 아이들이 고맙고 소중하고요. 이런 상황을 함께 해주는 아내에게도 늘 감사함을 느끼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발행도 여기까지 읽어주심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만약, 로또가 당첨된다면,

삼첫세 시작!!입니다. 삼남매 첫 세계여행

1. 중남미 2. 미주 3. 아시아 4. 남극, 북극 갑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Tangerine New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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