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점점 더 기기괴괴한 영화나 호러물을 보려고 합니다. 아마도 자기가 조금 더 커가는 게 느껴지면서 무서운 것을 봐도, 컴컴해도 하나도 안 무서운 것을 뭔가를 보면서 확인라고 싶은가 싶습니다.
너무 공포스럽지 않고 가끔씩 깜짝 놀랄 영화를 찾다가 발견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새로 이사 간 집에서 우연히 발견한 유령의 속사정을 따라가 보며 함께 해주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호러, 스릴러 영화를 너무 좋아하면서 이번 영화도 눈을 똥그랗게 뜨고 유령이 나올 때마다 침을 꼴깍 삼키면서 집증 했습니다.
유령과 대면하고 대화한 아들이 아빠에게 말했는데 처음에는 전혀 믿지를 않는 것입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한마디 했습니다. 그 말에 저도 가슴에 찔림을 느끼면서 움찔했습니다.
"에이. 아들 말인데 믿어야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를 얼른 돌아봤습니다. 보통 때 아이들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아이들이 원하는 것, 아이들이 했다고 말하는 것을 장난 섞인 말로 "에이. 그럴 리가!"라면서 반은 믿고 반은 믿지 않으면서 다그치곤 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그 말 한마디는 저를 정신 번쩍 들게 했습니다. 반대로 아이들에게는 '우리 아빠는 내 말을 믿어줄 거야!'라는 신뢰가 여전히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아이들 말을 듣고 찔리는 그 순간, 얼른 고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이들이 공부했다고 하면 그런 것이고, 아이들이 하고 싶다고 하면 진짜 하고 싶은 것이지요.
아이들은 여전히 순수한데 저는 아이들 눈높이에 아직도 맞추지 못하고 이미 떼 묻은 마음과 눈으로 대해주고 있었음을 반성했습니다.
'우리 집에 유령이 산다.'를 보고 나서 그 영화와 이어지는 시리즈를 보다가 아이들이 기겁을 했습니다. '우리 집에 유령이 산다'는 아이들 눈높이에도 맞고 적당한 공포와 위트, 훈훈한 가족애가 더해져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고 도와주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 주는 참 좋은 영화인데요. 그 후속작 격인 영화들은 제대로 공포스러워서 아이들이 연신 '샤우팅'하며 덜덜 떨고 깜짝깜짝 놀라기까지 했습니다. 오랜만에 시리즈를 찾아서 봤다가 실패한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친구들이 봤다는 공포 영화를 부모님과 함께 보고 싶어 한다는 것입니다. 아직은 부모와 보면서 무서움도 이겨내고 싶은 마음이 큰 거 같습니다.
부족한 아빠이지만 아이들이 여전히 함께하고 싶어 하며 자기들 말은 믿어줄 거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어서 감사하기도 합니다.
출처:넷플릭스, 내이버 이미지 인용
아이들이 점점 더 강도 높은 공포영화를 보고 싶어 해서 큰일입니다. 막내딸은 그런 영화의 줄거리를 아직 이해 못 하고 그저 깜짝 놀라고 무서워서 화장실 못 갈 때가 많습니다.
그럼 영화의 공포감을 감당하고 싶어 하는데 부모와 함께 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 것들을 보면서 아직은 부모가 아이들이 도전해보고 싶은 것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저로써는 행복합니다.
아이들과 그 영화를 보면서 조금 당황스러운 것이 있었는데요. '아이들이 크면 어른들이 단점을 숨기기 어렵다.'입니다. 공감이 됩니다. 너무 뭔가를 너무 잘해서 '아빠처럼은 절대 못하니까 포기'라고 말하지 않도록 하고 싶고, '아빠 이제 보니 되게 못하네. 아빠! 모르시죠?'라면서 무시당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저의 강점은 점점 쓸모없어지고 단점이나 약점은 점점 커져 가고 있습니다. "에이... 아빠!!"라는 말을 들을 때면 점점 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씁쓸함을 느끼면서도 아빠의 약점은 모두 보안되고 더 개선된 자녀들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오늘도 뭔가를 궁리해 봅니다. 아직은 '아빠가 내 말은 믿으실 거야'라는 신뢰가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보고자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듣는 한마디는 또 다른 느낌으로 깊은 울림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