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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먹다가 웃었다.+8

라볶이

다 같이 재미로 분식집에 간 날, 둘째 딸이 라뽂이를 주문했습니다. 맵기가 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서 잘 먹을거리고 예상했고요. 그런데, 예상과 달리 매워서 제가 먹기로 했습니다.



제가 먹기로 했지만 원래는 맵거나 자극적이거나 양 많은 것을 먹지 않으려고 했던 저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들째 딸이 먹지 못하는 걸 보는 것도, 음식을 거의 남기는 것도 무리라서 먹었습니다. 먹다 보니 오랜만에 먹는 것이라서 오히려 제가 맛있게 먹었습니다.



맛있게 즐겁게 먹고 나서 입술을 닦았습니다. 맛있게 먹다 보면 입 주변이 온통 양념자국일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마주 앉은 둘째 딸 입술 주변이 라볶이 얼룩이 잔뜩인 것을 보고 제 입술 주변도 닦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한번 닦으니 휴지에 많이 묻어 나온 양념 때문에 혹시나 해서 휴지에 물을 묻혀서 빡빡 닦았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아내가 한마디 했다.

"적당히 좀 닦아요. 입술을 뭘 그렇게 닦아요."

마치 오염된 손을 닦듯 순간적으로 빡빡 문질러 닦았다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다. 그리고, 순간 머리가 '딩~'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아이고. 그만 좀 문질러요. 입술 헐겠어요."


나의 엄마가 아버지에게 하시던 말씀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음식을 먹고 나면 휴지를 접어가면서 입술 주변을 빡빡 닦으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항상 엄마가 "적당히 문지르시라"라고 하시던 상황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나는 아버지옆에서 30년 이상 보고 자라면서 나도  모르게 몸에 밴 습관이 많았다.



벌써 아이들과 지낸지 15년이 됩니다. 벌써 수많은 실수와 습관들을 저도 모르게 몸에 베이게 한 셈입니다. 지금부터라도 더 잘해야겠습니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습관이 몸에 익혀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큰아들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아빠, 5년뒤면 군대가요!!벌써." 그 말을 들으니까 '헉!'했습니다. 꼬맹이 어린이집 등원하던애가 벌써 5년후면 군대라니..5년 남았네. 좋은 습관을 익히도록 노력할 시간이요. 제가 고치는 시간보다 아이들이 커가는 시간이 두배나 빨라서 당황스러워지는 요즘입니다.




라볶이의 맵기는 천차만별이다.

둘째 딸거의 매운걸 못 먹는 스타일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들과 매운 걸 먹는 부심을 부리더니 마라탕 0단계, 두 끼 떡뽂이 거의 안 매운 색깔만 빨갛게, 불닭 로제 수프 반만 넣은 것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분식집 떡볶이를 먹더니 먹을 만하다면서 먹었는데 가게별로 양념과 맵기 수준이 달라서 다시 원래대로 "매운 거 못 먹겠어요."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둘째 딸은 매운 것 먹는 것은 일종의 소원풀이입니다.

매운 것을 잘 먹는다는 것은 어른에 가까워진다는 것, 어른스러워진다는 것이면서 동시에 무한대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나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은 뒷전이고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할 수 있는 아빠 같은 나이에 빨리 가고 싶다는 발버둥인데.. 저는 안 그래도 된다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지금 꼬맹이때를 즐기라고요. 어른? 어려워!!"



오늘도 나도 모르게 아버지를 닮아 있었습니다.

진짜 신기하게도 음식 먹고 나서 입술을 헐 만큼 휴지로 박박 닦는 제 모습을 느끼고서는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보여준 대로 이렇게 해라"라고 가르쳐준 것이 아닌데도 어느새 몸에 배어있었습니다. 사실 예전부터 그랬는지 모르지만 이제야 느끼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반성문을 통해 자아성찰과 자기반성도 하고요. 저의 마음에 대해서도 진짜로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둘째 딸 라뽂이 덕분에 저를 다시 보게 되었고 지금 아빠인 제가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아이들과 먹다가 느끼는 것은 금보다 귀한 생각들이 참 많습니다. 이것을 하나하나 모아서 더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하는 중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읽어주시고 댓글로 공감해 주심에 대해 미리 감사드립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출처:사진: UnsplashMarkus Wink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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