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하지 않았던가...
들꽃도 아름답다고 하는데
아무도 나의 아름다움은 봐주지 않네
밟아도 끄떡없다고 하는데
밟지 않고 둘러 가면 참 좋은데...
(김필선, '들꽃' 中)
일찍이 강산에 님이 노래를 통해 부르짖었다.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어떤 사람도 차별이나 폭력을 당해서는 안 되고, 다른 어떤 것보다 사람이 먼저라는 것도 알면서도 정작 우리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아껴주지 않고 모질게 대하곤 한다. 지나가다 보이는 꽃이나 강아지한테는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눈빛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왜 같은 사람에게는 인색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살면서 사람에게 실망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언제부턴가 냉소가 몸에 스멀스멀 배어들었다. 예쁜 것을 봐도 그러려니, 가슴 아픈 것을 봐도 그냥 사는 게 다 그런 거라며 시큰둥, 슬픈 것은 아예 안 보려 하는 습관이 들면서 마음이 점점 황폐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토록 반려동물을 키우고 식집사가 되는 것일까? 동족에게서 받은 상처를 다른 종으로부터 치유받고 싶은 심정으로 말이다.
인류애나 휴머니즘 같이 거창한 의미를 끌어오지 않더라도, 사람이 사람에게 잘해줘야 하는 것은 참 당연한 일인데 그런 상식이 자꾸 깨지는 것을 본다. 이념, 종교 등을 명분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배척할 때 세상이 얼마나 지옥 같아지는지 알면서도, 왜 우린 점점 타인에게 잔인해지는 것일까. 배우 김혜자 님이 오래전에 쓴 책 제목처럼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불문율을 우린 점점 잊어가는 것 같다.
'들꽃도 아름답다고 하는데'라는 첫 소절을 들으면서부터 마음이 짠해졌다. 그 뒤에 올 말이 어떤 것일지 너무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피어있는 꽃도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법인데, 그런 들꽃만큼의 관심이나 애정도 받지 못했을 이의 그 서글픈 감정이 너무 아프게 느껴졌다.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것이 휴머니즘이라면 이 노래야말로 휴머니즘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 쓸쓸한 정서를 노래하는 목소리가 하필이면 김필선이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김필선의 정규 1집인 '필선집'을 들으면서 다른 곡도 다 좋았지만, 난 특히 이 '들꽃'이란 노래가 특히나 귀에 맴돌았다. 처연한 피아노 인트로에서부터 이미 무장해제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가사 첫 소절을 들으며 살짝 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봄은 봄인데 설레는 봄이 아닌, 가슴이 먹먹해지는 봄이 노래 속에 녹아 있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혹시 '필선집' 앨범을 못 들어보셨다면, 아주 한가한 시간에 소파에 편안히 누워 앨범 속 노래들을 주욱 들어보셨으면 좋겠다. 분명 마음에 잔잔히 번지는 무언가가 느껴지실 테니.
https://youtu.be/IZ7XJYmU3Ds?si=AKOcmxnGVI22az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