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학생은 학교폭력 조치를 회피할 수 있을까
고1 여학생 B는 자퇴를 고민 중이다.
학교폭력 피해자이기 때문일까? 아니, 그 반대다. 오히려 B는 며칠 전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된 상태다. 수개월간 같은 반 친구 A를 때리고, 심부름을 시키고, SNS로 욕설을 하는 등 본인이 생각해도 심하게 괴롭혔다. 학폭위에 가면 중한 조치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차라리 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보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것이다.
B의 원대한(?) 계획은 실현될 수 있을까?
2024 교육부 학교폭력 사안처리 지침에 따르면, 가해학생은 학교폭력이 신고된 때부터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른 조치 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학적변동이 제한된다. 특히 B의 경우처럼 학교폭력 절차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퇴 신청을 하는 것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따라서 모든 절차가 끝나고 가해학생 조치 이행까지 완료한 후에야 자퇴가 가능하다.
전학의 경우는 어떨까? 마찬가지로 단순히 학교폭력 절차를 회피하기 위한 전학은 허용되지 않지만, 거주지 이전 등 불가피한 사유로 인한 전학은 가능하다. 하지만 전학을 가더라도 학교폭력 절차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 신분인 한 학교폭력 절차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전학 간 학교로 신고 사실과 자료가 이전되고, 관내 다수학교 사안 또는 다른 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와의 공동 학교폭력 사안으로 진행되고 조치도 내려진다. 학교폭력 신고 후 가해학생 조치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전에 피해학생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가해학생이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면 빠른 시일 내에 피해학생과 가해학생이 분리되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가해학생 B는 학교폭력 조치를 피할 수 없다. 자퇴도 전학도 해결책이 되어주지 못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며 피해학생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 그것만이 깨어진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의 미래를 바로잡는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표현은 여기서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