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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카치 Apr 11. 2021

16. 소소한 녹사평역 근처 산책 둘

누구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나 홀로 걷기

https://www.youtube.com/watch?v=gJjk4zOCfnk


아주 오래전 일이다.

회나무길 언덕 부근에

카페를 겸하는 가구점이 하나 있었는데,

언젠가 와야지! 하고는 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북촌에서 커피를 마시다가

그곳에서 낯익은 의자를 발견했다.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역시나!

회나무길에서 직접 골랐다고!


그때 나는 문득

반가운 친구와 회나무길의 가구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다는 착각에 빠졌었다.


시간이 흘렀다.

이 가구점은 알고 보니

모델 활동을 했던 배우가 동생과 함께

디자인한 물건을 전시했던 곳이었다.

방송에 소개되면서 금세 유명해졌다.


그 후 또 세월이 흘렀고

지금 그곳은......

사라졌다.


커피와 술을 팔았던 가구점이 있던 자리


그러고 보니 이 동네는 유독 없어진 것이 많다.

아쉬운 마음으로......

이 거리에서

잊혀진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전적으로 기억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위치와 상호명 등에서

오류가 존재할 수 있음을 미리 말씀드린다.



사소한 이야기 1>


먼저 붉은 벽돌 건물 언덕 중간쯤 위치했던

오르가* ***라는 야한 이름의 바가 생각난다.

세련된, 동남아풍 가게로

더운 날, 샷을 주문해 마시기 좋은 곳이었다.


화장실 벽에는 19금 사진들이 붙어있었는데,

그래서 불쾌했냐고 묻는다면...

그럴 리가!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바
현재


다음은 머리카락 자르는 곳.

내가 이렇게 어정쩡하게 표현하는 이유는

미용실이었는지 이발소였는지 확실치 않아서다.

아무튼 마음에 쏙~ 들어서

시간만 있다면

당장 들어가 쇼트커트를 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지금도 근처에 예쁜 미용실이 있는데

내가 이곳과 혼동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사진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니

같은 가게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과거


지금도 존재하는 예쁜 미용실


머리카락 자르는 곳에서 좀 더 가다 보면

제법 명소였던 레코드샵이 있었다.

그러나......

너무 허망하게 사라져 버렸다.

그때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두는 건데......


츄러스 골목 근처에도 나의 완소 건물이 있었다.

아니 지금도 건물은 존재한다.

나는 일찍이

이렇게 길쭉하고 괴상한 모습을 한 빌딩을 본 적이 없다.

과거 샐러드 가게였는데 인테리어가 참 예뻤다.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찾아갔을 때는 이미 영업이 종료된 상태였다.


현재 모습


샐러드 건물 위쪽으로

액세서리 가게가 하나 있었다.

온몸을 팔찌, 목걸이, 반지 등으로 휘감고 있던,

장신구를 매우 좋아한다는

주인장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치장이 과한데도 신기할 정도로 잘 어울렸다.

문득 그분이 그리워진다.


액세서리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여성 손님에게만 꽃을 선물했던 카페가 있었다.

유독 여자들로 벅적댔는데,

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꺾은 꽃을 좋아하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이곳을 좋아했으니까.

딱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여자들이 선호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현재는 세계 음식 뷔페식당이 되었다.


경리단길에 갈 때마다 매번 들르는 노점이 하나 있다.

찹쌀로 만들어진 팥도넛을 먹기 위해서다.

탁구공같이 생긴 찹쌀도넛이 아니라

앙금이 들어있는 납작한 빵인데,

먹을 때마다 ‘맛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가격도 너무 착해서 죄송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가보니 영업을 하지 않았다.


이 아래쯤이었던 것 같은데......


도넛 장인 할머니가 부디 건강하시기를!

단지 휴가를 즐기고 계시는 것이기를!

(얼마 후 다시 방문했을 때

건강한 모습의 할머니를 뵐 수 있었다.

할머니라 칭하기엔 젊은 분이었다.)


사소한 이야기 2>


비주얼이 그저 그런 곳은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는 반면

유니크하고 세련된 곳은

매번 부서지고 새로 만들어진다.

전에도 예뻤는데

왜 자꾸 모습이  바뀌어져야 하는 것일까?


세상 일이 으레 그런 것인지,

내 취향이 마이너 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가 좋아하는 가게들은 자꾸만 없어진다.


‘짙은’의 ‘사라져 가는 것들'을 BGM으로 깔고,

이번 기회를 빌어

보석길, 경리단길의 사라진 가게들에 대해

삼가 슬픔을 표해 본다.



녹사평역 근처에서>


언덕에 위치한 녹사평대로 40길에는

기가 막힌 뷰를 가진 식당들이 많다.

어느 식당에 들러도 분위기 깡패지만

가격은 감당해야 한다.


부담이 된다면

바로 앞 편의점을 이용해 보는 것도 괜찮다.

뷰에 비해 가성비가 최고라

많은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이 글을 쓸 때는

커피 대신 모히토와 해물 샐러드를 시켜보았다.

둘 다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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