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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이블 Oct 14. 2022

엄마의 김밥

김밥은 혼자 먹으려고

만들 맘 먹지 않는다.


아이들 소풍에

가족 나들이에

혹은 누군가의 도시락으로.


곧 팔순이신 엄마가

김밥을 만들어 오셨다.


혼자 계시다

문득 어느 시절을 다녀가신 걸까.


얘야,

김밥 말았다.


옛날에 식탁 한가득 널어놓고

김밥 말기 시작하면

온 동네 사람 먹이시려나 싶게

많아도 너무 많았던 김밥줄.


얘야,

너는 늘 옆에서

김밥 줄세워주고

잘라낸 꼬다리들

케이크 만든다 쌓아주고

오물오물 하나씩 집어먹는 재미.

엄마는 그 입에 하나씩 넣어주는 재미.


오뎅 한 줄 더 넣은 특김밥은

언제나 내 차지.


꽉꽉

빈틈없이 말아

까만 테이프 두른 듯

터진 곳 없이 빤들빤들하던 김밥.


그 야무지신 손

이제 허술해지고

희끗희끗 보이는

엄마의 흰머리같은 하얀 밥허리.


자르다 투두둑 풀려도

그 시절 꾹꾹 누르시던

그 마음 그대로 김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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