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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이블 Aug 16. 2021

엄마의 옆자리

느낌

               - 이 성 복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지는가


종이 위에 물방울이

한참을 마르지 않다가

물방울 사라진 자리에

얼룩이 지고 비틀려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다





  오늘 문득 이성복 시인의 시들이 스쳐간다. 꽃이 필 때 오는 느낌과 꽃이 질 때 오는 느낌이 결국은 젖었다 마른 종이 위의 우툴두툴해진 자국으로 남았다는 것.


  아릿하면서도 잔잔히 스며드는 통증. 꽃나무도 꽃을 틔어낼 때 그렇게 아팠을까. '내 목은 갈라지고 실핏줄 터지고 내 눈, 내 귀, 거덜난 몸뚱아리 갈가리 찢어지'는 고통을 (이성복의 <꽃피는 시절> 중에서) 참아냈던 것일까. 그 꽃이 질 때는 아파한 자리 다시금 생채기 내며 쥐어뜯어낸  흔적을 후벼파듯 그렇게 아팠을까.


  있던 자리 느끼는 건 남은 자들의 짐이라고 하시던 엄마의 말씀을 이제야 알겠다. 얼룩지고 비틀어진 자리도 시간이 지나면 반반하게 펴지는 날이 있을까.


  칠월칠석이 지난 오늘 유난히 도드라진 자리, 엄마의 빈 옆자리가 야속하다. 부모는 추우면 당겨덮고 더우면 차버리는 이불같아야한다고 어떤 소설가의 문구를 카톡에 올리신 마음, 자식은 어찌 읽어야할 지 한참이 먹먹하다. 나무라시는 듯도 하고, 괜찮으시단 듯도 하고, 허무하시단 듯도 하고, 체념하신 듯도 하고, 신세한탄인 듯도 하며 가르치시는 듯도 하니, 이미 부모된 지 16년이나 된 자식에게 부모의 길을 50년 걸으신 엄마가 해주신 말씀. 그 뜻을 헤아려본다.


  못난 자식 품어주신 부모는 그것만으로도  훌륭하고, 부모보다 더 훌륭하게 키운 자식 있다면 그것만큼 더 훌륭한 부모 있을까. 나는 못난 자식인데 부모에겐 훌륭하다 여겨지는 자식이기에 내 부모는 더더욱 훌륭한 분임을 알 뿐이다.


 다음주 백중을 앞두고 더더욱 아버지가 그립다. 엄마는 오죽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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