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칠한 여자 Dec 02. 2020

나는 칼퇴근하는 팀장입니다.

      


 

차가 막히지 않는 한 보통 업무 시작 30분 전에는 출근을 하는 편이다. 업무가 시작되기 전 30분의 시간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에 커피를 한잔 하며, 글을 읽기도 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  그래서 업무 시작 전 누군가 업무에 관한 것을 묻거나 이야기하면 나는 칼같이 이야기한다.     

   

9시 되면 오세요.

라고 말이다. 누군가는 그냥 이야기받아주면 되지 뭘 돌려보내기까지 하냐 할 수 있다. 하지만 업무 시작 전 30분은 오로지 나의 시간이기 때문에 정말 급한 일이 아니고서는 돌려보내는 편이다. 6시 이후에 사무실에 남아있더라도 긴급한 업무가 아니고서는 업무를 처리하지 않는다. 업무시간 동안은 주어진 업무에 집중하지만  외 시간에는 모든 업무를 멈춘다.   

           

한 팀원이 퇴근 5분 전 찾아 내가 6시에 바로 퇴근하는지를 물었다. 그렇다고 하니 그날까지 점검받기로 한 서류가 있었는데 점검받지 못했다며 바로 퇴근하는지를 또다시 물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
        

'이전의 나'였다면 남아서 업무를 처리해 주고 갔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의 나'이기 때문에 그러지 않았다.    


충분히 더 빨리 올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그 팀원은 다른 업무를 처리하느라 오지 못했다고 했다. 본인이 그렇게 이야기하면 내가 당연히 업무를 처리해주고 퇴근을 할거 라 생각했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난 뒤도 보지 않고 칼퇴근을 했으니깐.    

                 

그 팀원은 지금 내년 사업을 기획해야 할 시기기 때문에 야근을 하는 동료들이 많았고, 본인도 야근을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냥 퇴근 이후에 처리하면 된다 생각하고 안일하게 다른 업무부터 처리했을 것이다.  

       

내가 퇴근을 하지 않은 채 그 팀원의 업무를 봐줬다면 이 상황을 인지하고, 다음번에는 달라졌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이 팀원은 다음번에도 그렇게 행동했을 확률이 높다. 난 당연히 그렇게 해줄 사람으로 인식되고, 본인 스스로도 업무 시간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그 팀원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칼퇴근은 필요했었다 생각한다.     

 



퇴근 몇 분 전에 업무를 주는 상사가 있으면 얼마나 미운가. 그런 경험 한 번씩 있을 것이다. 꼭 퇴근 얼마 전에 업무 전달을 해서 강제 야근을 해야 하는 경우 말이다. 반대 상황도 똑같다. 팀장 또한 퇴근 몇 분 전에 찾아와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팀원들을 보면 미운 건 마찬가지다. 본인 퇴근시간이 중요한 만큼 대방 퇴근시간중요한 법이니깐.  


정해진 업무 시간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고, 중한다면 근하는 시간을 충분히 줄 일 수 있다. 물론 나도 야근도 많이 해봤고, 집으로도 일을 가져가서 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게 효율적이지 못하였다.  

   

야근이 일을 능률을 올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일은 주어진 업무 시간 내 집중해서 처리할 때 일의 능률도 오르고, 다음 날 업무에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생각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긴급을 요하는 일이 아니라면 업무 외 시간에 업무를 보지 않고, 집으로 일을 가져가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칼퇴근을 한다. 팀원들에게도 남아있지 말고 퇴근하라고 한다. 직장생활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마라톤에서 초기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부으면 결승선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포기하게 된다. 그러니 지치지 않고 길게 일을 하고 싶은 직장인이라면 업무는 업 시간 내 처리하고 칼퇴근을 하자. 그리고 누군가가 나를 위해 내어 주는 시간에 있어 당연함은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전 09화 그런 줄 알았는데 큰 착각이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