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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Jan 28. 2021

이 또한 반복학습의 미학이려나


며칠 전 퇴근길 친구 집에 들렀다. 코로나 19로 밖에서 보기 힘드니 집으로 놀러 오라고 여러 번 연락을 받고

계속 미루기도 그래서 퇴근길에 들렀다.


친구 부부와 돌을 지난 콩알이가 나를 반겨주었다. 어른들이 먼저 저녁을 먹고, 콩알이 우유 먹을 시간이 되었다. 이 콩알이는 젖병을 잘 물지 않고, 빨대도 잘 물지 않아 매번 우유를 먹을 때 애를 먹인다고 하였다. 그날도 잠시 젖병을 물더니 입에서 떼 버려, 다음으로 빨대가 든 통으로 우유를 부어 먹이길 시도했다. 하지만 빨대가 든 우유도 몇 번 먹다 그만두니 그때부터 콩알이의 아버님이 숟가락을 들고 떠먹이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한번 우유를 먹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였다. 그 작은 스푼으로 언제 저걸 다 떠먹일 셈인가요.


그 장면을 처음 맞이한 나로서는 아 저건 아닌데란 생각이 들었다. 아직 미혼이지만 조카 녀석들을 케어한 경험으로 육아 스킬을 아주 조금 보유하고 있다. 언제까지 우유를 떠먹일 수도 없고, 빨대로 마시는 연습을 해야 나중에 일반 우유로 바꿔야 하는 시기에 먹이기가 수월할 것이다. 또한 유치원에 가더라도 선생님이 이 아이만 바라보며 우유를 떠먹일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내가 투입을 했다. 우유를 먹고 있던 시기 나에 대한 탐색을 끝내고, 나에 대한 관심이 조금씩 생기고 있을 타이밍이었기 때문에 투입이 가능하긴 했다.


이 콩알이 최애 인형을 들고 까꿍 놀이를 하며, 우유 먹이기에 돌입하였다. 까꿍놀이도 처음에는 같은 방향으로 몇 번 진행하여 당연히 이 쪽으로 또 얼굴이 나올 것이야 하는 찰나에 다른 쪽에서 얼굴을 내밀어 줘야 콩알이들이 좋아한다. 까궁 놀이 한번 하고, 우유 한번 빨고, 까궁 놀이 한번 하고 우유 두 번 빨고, 몇 번 반복했더니 까궁 놀이 다음 우유병을 달라고 손짓하였다. 자발적으로 손짓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 부부는 눈이 동그래졌다. 결국 짧은 시간 내 우유 클리어~ 이렇게 훈련을 시켜나가야 첫 사회생활을 할 유치원에서도 잘 생활해낼 수 있을 것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역시 경험은 중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그냥 시간은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몇 년 간 조카들이 집에서 생활해서 케어하고, 케어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함께 시간을 보낸 결과 나도 모르게 육아에 대한 스킬들이 쌓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놀이를 가미하여 반복학습을 하면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흡수하고, 금방 변화가 나타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돌쟁이 작은 콩알이도 그런데 왜 알만한 어른들은 잘 변화지 않을까 싶었다.  


한해 사업계획 수립을 전년도 연말에 진행을 한다. 고로 작년에 21년 사업계획 수립이 모두 끝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1명의 팀원만 미완성되어 있다. 너무 작성하는데 어려워하는 것 같아 방향성 제시를 위해 그중 하나의 사업에 대한 계획 수립을 진행해주었다. 하는 걸 보여주는 것도 배움의 한 방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경험을 통해 다음번 작업을 더 잘하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다른 사업에 대해서는 방향성과 피드백 사항을 워드 작업하여 전달해주었다. 올해도 한 달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까지 아직 미완성이어서 이젠 제출해야 한다고 더 이상 기다려줄 수 없다고 하니 그 팀원 왈 '하나 더 작성해주시면 안돼요?'였다. 나쁜 반복학습의 예겠지. 내가 하나를 써주었기 때문에 다른 것도 급하면 또 써주겠지 하는. '아 또 내가 잘못했구나' 머리가 띵했다. 이렇게 역효과가 날지는 솔직히 몰랐기 때문에. 반복학습이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이 상황을 보며, 또 한 번 방향성을 잃은 배 위에 있는 것 같았다. 이 또한 반복학습의 미학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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