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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Mar 12. 2021

그런 줄 알았는데 큰 착각이었다.





어제 오전 중에 20분 내 제출 서류를 완성해야 할 일이 생겼다. 누구의 일이라고 정확하게 말할 수 없지만 결국은 또 나의 몫이 돼버렸다. 그래 챙겨봤어야 하는데 챙기지 못한 나의 책임도 있지 하면서 마음을 다잡아보려 하지만 왜 당연히 내가 했어야 했는데 안 했느냐라는 식은 좀 그렇지 않은가. 왜 항상 이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은지. 결국은 속으로 '샤발라'를 외치며, 완성을 하였다. 긴급할수록 이놈의 집중력은 왜 이렇게 잘 발휘가 되는지. 문구도 아주 척척이다.


퇴근하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계속 악순환되는 이 상황을 내가 만든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긴급한 일도 해결, 팀원 업무도 수습해서 해결해버리는 나로 인해 이런 악순환들이 반복되는 건 아닐까. 근데 나의 업무처리에 있어 문제가 발생되었을 때에는 이 수습도 모두 나만의 몫인 건 왜이지? 나의 문제는 해결해주는 해결사는 왜 없을까.

        

업무를 처리하다 문제들이 발생이 되면 어떻게 서든 해결책을 마련하고, 결국은 해결을 한다. 해결이 원만하게 끝난 것에 대해 이전에는 어리석게도 마음 한편에서는 이런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투입으로 해결되지 못하던 문제가 해결되고, 시간 내 처리 완료한 것에 대해 '내가 또 하나의 문제를 해결했어. 난 참 대단해'라고 망할 우월감에 사로잡혔는지도. 진짜 망할 우월감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해가 거듭되면 될수록 난 해결사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매번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가 있다는 당연함이 이 상황들을 이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누군가 해결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하면 나라도 이런 생각을 할 테지. 일에 대한 책임감이 나를 이렇게 만들어버린 건지, 망할 우월감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냥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면 될수록 내 탓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께 나를 응원하는 다짐이 무색할 정도로 어느새 화살을 나에게 겨냥한 채 난 고민을 하고 있다.   


각자 자신의 업무에 대해 책임은 각자의 몫임으로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했더라면,

내가 최전방에 나서는 게 아니라 각자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줬더라면,

지금의 악순환들이 반복되진 않았을까?   

 

문제의 핵심에서 어느새 담당자는 빠져있고 그 상황 속엔 나만 남아 해결을 하는 기분이 드는 건 왜 일까. 과정적으로는 문제가 있었을지언정 결론적으로는 잘 해결이 돼버린다. 이런 일들이 줄어들어야 하는데 왜 계속 증가하는 것만 같을까.


착각이었다. 그런 줄 알았는데 난 해결사가 아니었다. 어쩌면 이 반복되는 문제들의 시작은 나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해결자로서 역할은 반납하려 한다. 대신 책임지고, 대신 해결해주려 하지 말자. 자신의 몫은 자신들이 알아 처리할 수 있도록 지금은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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