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사람은 감정 기복이 적은 편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감정 기복이 적은 것이 아니라 어쩌면 그 감정들을 숨기고, 표현하지 않으려 애쓰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크게 감정이 표면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그게 드러나지 않은 것일 뿐 요즘의 나를 돌아본다면 감정의 동요가 없는 건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전부터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약한 사람'으로 보는 게 싫었던 것 같다. 물론 누구라도 '약한 사람'으로 보이는 게 싫을 것이기에 난 다른 사람들에게 '강함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 했다고 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서 약하다 생각하지 않겠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힘들거나 우는 장면을 보여준다는 게 어느 순간 나를 약하게 보이게 한다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힘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해서 강한 사람이라는 근거도 없는데 말이다.
지금까지 직작생활을 돌이켜보면 물론 힘든 순간도 많았다. 근데 그 힘든 감정을 드려내면 나에게는 오히려 역효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 애써 더 감추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관리자로 직장생활을 한 기간이 더 많다 보니 나의 감정을 숨겨야 할 때도 더 많았고, 숨기는 것에 더 익숙해지게 된 것 같다. 유리병 안에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고, 감정이 터져 나오는 걸을 막고 있기라도 한 듯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 감정을 애써 숨기려 하며 살아왔을까. 이렇게 숨기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살다 보니 나란 사람은 감정 기복이 적은 편이라 인식되고, 나 스스로도 그렇게 나를 생각해 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감정의 폭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그 폭의 차이가 있을 뿐 나란 사람도 많은 감정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요즘 들어 더 느끼게 된다. 직장 생활 내에서도 관계에서 갈등은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팀원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힘든 점을 드러내는 경우들도 간혹 있다. 물론 모두에겐 표현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근데 왜 항상 초점은 나의 감정과 힘든 점에 대한 것보다는 '나란 사람이 예민해서 그렇다거나 내가 팀원을 더 수용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상사라는 이유만으로 팀원을 무조건 다 수용해 주고, 다독거려 줄 순 없는데도 말이다. 이러한 피드백들로 인해 어느 순간 나는 또 나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표현하고, 공유하는 걸 멈추게 된다. 물론 내가 예민해 그랬을 수 있다. 하지만 매번 과정은 다 어디 가고 결국은 상대방을 더 다독거려줘야 했는데 내가 그렇지 못한 사람이 되어 있거나 그들의 힘든 점만 내가 들어주어야 하는 걸까. 물론 이렇게 만든 것은 나 스스로일 수도 있지만 나에 대한 이미지와 인식들의 틀에 가두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들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참 많이 드는 요즘이다. 그리고 또한 매번 참 쉽지 않음을 느낀다. 나의 감정을 숨기는 것에 익숙해지지 말고, 나의 감정에 대해 표현하고, 드러내며 내가 정해놓은 이미지와 인식 안에 나를 가두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