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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여자 Aug 03. 2024

우린 금방 익숙해지며 살아간다.




각자 삶의 방식에 있어 루틴이 있다. 사는 곳이 교통체증이 심한 곳이다 보니 그래도 덜 막힌 시간에 출근을 선호하기도 하고, 일찍 출근해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직원들보다는 출근이 이른 편에 속한다. 이전에는 혼자 산책하면서 음악도 듣고, 커피도 마시고 시간을 보낸 뒤 사무실에 들어갔다. 근데 최근에는 커피 짝지가 생겨 항상 서로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만나 함께 산책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사무실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 선생님도 항상 일찍 출근하는 편에 속하는데 도착하면 업무 시작 전부터 업무를 하곤 했다. 근데 한번 산책을 하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에 대한 좋음을 알게 되면서 커피 멤버 되었다.      


출근 시간 전부터 오자마자 일을 처리하게 바빴는데 이렇게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이 생길 줄 몰랐다며, 커피 한잔을 마실 수 있는 여유로움을 찾은 것이 좋다고 하였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두 번 함께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주 5일을 함께하고 있다. 아침 이 시간에는 업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주로 사적인 이야기나 일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길게는 30분, 짧게는 15분이라도 출근 전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


이전에는 혼자 산책하고, 커피를 마시는 것에 익숙했는데 그새 함께 산책하고, 커피 마시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분명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 시간을 오로지 나만의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였지만 이젠 함께 함으로 나에게 위안이 되기도 하는 시간이 된 것 같다.


휴가철이라 각자 일정에 맞춰 휴가를 사용하고 있는데, 엊그제부터 커피 짝지가 휴가를 가게 되어 혼자 이 출근 전 시간을 보내야 했다. 날이 조금 더워도 함께이기에 같이 걷고, 커피도 사러 가고 했는데 커피 짝지가 없으니 걸어가 커피를 사러 가기도 귀찮고 해서 하루는 커피를 생략하고, 하루는 평소 가던 곳이 아닌 가까운 곳으로 혼자 가서 커피를 사 왔다. 많은 카페 중에 우리가 가던 곳은 정해져 있어 거리가 좀 있으나 산책 겸 커피 맛도 있어서 멀어도 가는 곳이다. 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니 사장님도 우리를 알아보신다. 아침에 산책하며,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은 소소한 우리만의 루틴이 되었다.


출근 전 이 시간은 24시간 중 정말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시간이 나에게도, 커피 짝지 선생님에게도 잠시나마 쉼이 되는 시간이 되는 것 같다.  에너지가 넘치고,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그 짝지 선생님 덕에 지치는 날도 있고, 힘든 날도 있는데 커피 한잔으로 함께 시작하다 보면 에너지를 얻게 된다.


이렇게 우린 금방 새로움에 익숙해지며, 주어진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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