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까칠한 여자 Nov 09. 2024

'시크함을 장착하고 갈터이니'




원래도 업텐션은 아니지만 지난주 여파로 평소보다 조금은 더 낮은 텐션을 유지한 주간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바쁘기도 한 시기지만 평소보다 이것저것 더 바쁜 척했는지도 모르겠다.


직장에서의 감정이나 일거리를 집으로 가져가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집에서 일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팀원 중 누군가는 집에서 일을 하지 않으면, 학생이 공부를 안 하는 기분이 든다고 하였다. 그리고 또 다른 팀원은 일을 하지 않더라도 파일을 가져가야 마음이 편하다고, 매일 가지고 간다. 난 일거리를 가지고 가는 게 마음이 불편할 것 같은데 누군가는 일을 하지 않더라도 가지고 가는 게 편하다고 하였다. 다 다른 마음이다.


일과 마차가지로 직장 내에서 감정을 퇴근 후까지 가져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딱 직장에 감정을 두고 가면 좋겠지만 어떤 날은 그게 잘 안 되는 날도 있다. 지난주가 딱 그랬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예산 집행도 마감해야 하고, 사업 마무리 기간이라 더 바빠지는 시기이다. 연말이 되면 공통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많아지는데 기한 내 제출하는 팀원이 있는 반면 기한을 넘기는 팀원이 있다. 야근처럼 습관인 듯 기한을 맞추지 못하는 팀원은 항상 맞추지 못하는 경향이 큰듯하다.


 이번에도 전체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서류가 있었는데 지난주까지였음에도 제출을 완료한 팀원보다는 제출 못한 팀원 수가 훨씬 많았다. 다들 바쁜 시기기에 기다려주었다. 누군가 다들 바빠서 그러니깐 재촉하지 말라기에 기다려주었다. 근데 오늘은 올리겠지, 오늘은 올리겠지 는데 하루이틀이 지나고 기한이 일주일이 지나가도 여전히 제출한 이들보다 미제출한 이들이 많고, 언제까지 올리겠다는 말도 1도 없었다. 류를 검토하고 보고 완료해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더 이상 아무 말 없이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인데 말이다. 그래서 참고 참고 참고 참다가 제출 기한 일주일을 지난 후 서류에 대한 재촉 공지를 하였다.


근데 그냥 또 한편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결과가 같았다면 제출 기한을 넘긴 다음날부터 재촉을 했으면 더 빠르게 서류를 완료했을 수 있지 않을까 말이다. 평소 하던 대로 해야지 기다려주라는 의견을 수렴해서 기다려주었음에도 변화는 없고, 결국은 제출 기한을 넘 여전히 미진행상태이다.




주말 오전 미용실을 예약하고, 머리카락을 자르고, 염색을 했다. 찬바람이 불어오니 카키색으로 톤을 다운함으로 시크함이 장착되었다. 기분전환도 되고, 다시 돌아온 시크함이 나쁘지 않았다. 다시 시크함을 장착하고. 그냥 원래 하던 대로 해야겠다. 기한 내 제출하지 않으면 재촉하고, 계속 체크를 하기로 말이다. 이번 기다림 끝에 제출이 다 완료되었다면 앞으로 상황이 달라졌을 수는 있으나 그냥 하던 대로 해야 하는 게 맞는 듯하다. 원래 재촉하고 하던 사람이 안 그러면 더 불안한 마음에 더 빨리 처리할 법도 한데 아닌가 보다.


기다려라. 그대들이여. 감정을 최대한 배제하고 시크함을 장착하고 갈티이니.


 

이전 02화 나는 왜 상처받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