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여행을 하면서 참 국내에도 갈 곳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전에 와봤던 곳도 있었지만 처음 가본 곳들도 있었다. 가봤던 곳도 계절에 따라 그 장소가 주는 느낌이 다른 듯하다. 이번 여행은 지금 이 시기였기에 그 장소들이 더 좋게 느껴졌다.
이번 여행은 진짜 날씨가 다 했다 할 정도로 날씨도 춥지 않았고, 파란 하늘이 우리를 활짝 반겨주는 듯했다.
진주에서는 조용한 사찰도 가고, 냉면과 육전도 먹고, 남강뷰 보면서 커피 한잔도 하고, 레일바이크도 타고, 진주성 구경도 하고, 운 좋게 남아있던 유등 보면서 야경도 보고, 하동에서는 만발할 줄 알았지만 아주 조금 있어서 아쉽기도 했던 코스모스 구경도 하고, 쌍계사도 가고, 산 중에 있는 조금 특이한 카페도 가고, 황토방 숙소에서 휴식도 하고, 밤하늘 별도 실컷 구경하고, 마지막 날은 남해에서 맛있는 점심 한 끼 하고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2박 3일 동안 진주, 하동, 남해까지 경남 여행을 알차고, 즐겁게 할 수 있었다.
이 중 가장 좋았던 건 원래 계획엔 없었지만 레일바이크를 탄 것이었다. 날씨도 좋았고, 레일바이크를 타며 느낀 바람도 좋았고, 햇살도 풍경도 다 좋았던 것 같다. 가을을 제대로 느낀 시간이 아닌가 싶다. 지금 딱 이 시기라 더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다 원하는 대로 된 건 아니다. 진주에서 저녁을 먹기 시간이 어중간해서 식사장소까지 그리 멀지 않은 것으로 검색되어 걸어가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멀었고, 해 지는 시간 맞추려다 급하게 밥을 먹었지만 결국 시간이 늦어 해는 지고, 유등 보려고 배 타려다 예약도 확인 안 하고 갔다가 다 예약마감으로 허탕 치고, 주차장까지 또 걸어가고 하면서 엄청 엄청 걸었다. 저런 날은 가야 할 곳이 분명 가까이 있는 듯 보이는데 희한하게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무튼 걷기도 많이 걷고 했지만 맛있는 것도 먹고, 이곳저곳 구경도 잘하고, 가을 여행을 잘 다녀왔다. 여행 다녀오니 날이 다시 추워져 언제 가을 여행 다녀왔나 싶었다. 여행 다녀오자마자 집에 오니 감기기운에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지더니 점점 감기가 심해져 버렸다. 지난주 다녀왔던 게 좋아 오늘 당일치기로 부모님이랑 같이 가을 여행 갔다 오려고 했었는데 감기가 심해져 바람 쐬러 가는 건 미루고 약 먹으면서 휴식 중이다. 결국 이번 주말은 계속 누워있어야 할 듯하다.
2박 3일 동안은 다른 세상 속에 있었던 듯 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현실세계로 돌아오니 일은 많고, 책임감 없는 팀원들 때문에 계속 수습해야 할 일들이 한꺼번에 여기저기서 터져 수습하다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계속 되물으며 방향성을 잃은 듯하기도 했고, 감기 때문에 컨디션까지 안 좋아 왠지 모르게 가라앉는 듯하다. '걱정은 지우개'처럼 주말 동안 걱정은 지우고, 컨디션 회복에만 힘써보려 한다.
시간이 잠시 멈춘 듯 한 산속 카페에서 듣던 풍등 소리처럼, 레일바이크에서 느낀 가을바람처럼, 하동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처럼 좋았던 시간들을 되새기며 말이다. -걱정은 지우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