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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을 기약하는 것이 아니라-

by 까칠한 여자




다음 주 주말은 출근에, 아는 언니와 1박 2일 여행이 예약되어 있고, 이번 주는 일도 많았고, 지친 상태라 이번 주말은 집에서만 쉴 생각이었다. 금요일 퇴근 후 오랜만에 ' 나 혼자 산다'를 보며, 맥주 한 캔을 시작으로 말이다. 하지만 피곤했는지 '나 혼자 산다'를 기다리다 잠이 들어버려 맥주는 물 건너갔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늦잠은 아니지만 나름 느지막이 일어나 급 미용실을 예약하고(다행히 오전시간 자리가 남아있었다), 기분전환을 하기 위해 미용실로 향했다. 다들 일하러 가는 건지, 놀러 가는 건지 모르겠지만 도로는 차들로 가득, 차도 막히고, 역시 차 없이 버스 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슬아슬하게 예약시간에 맞춰 도착, 먼저 샴푸를 받는데 역시 전문가 손길은 다르다. 머리를 감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짧은 길이라 더 자주 방문해야지만 커트만으로도 기분 전환은 되는 것 같다. 깔끔하게 컷을 하고 나와 원장님이 소개해준 핫한 도넛집에 들르기로 하고 걸었다. 버스 한 코스라 걸어가 인기메뉴들 위주로 골랐다. 조카들이 고른 도넛까지 주문 완료. 리뷰 남기고, 무료 아이스 아메리카노까지 한 잔 받게 되어 음료를 들고 버스를 탈 수 없으니 또 본의 아니게 두 세 코스를 더 걸었다.


춥지 않은 날씨라 걷기 좋았다. 음악 들으면서 햇빛도 받고, 도로변 은행나무도 구경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차들과 사람 구경도 하며, 짧게나마 주말의 여유를 즐겨보았다.


언니네 도넛 배달과 함께 첫째 조카 독감으로 인해 둘째 조카를 데리고 왔다. 남은 주말은 조카와 함께 보내야 할 듯한다. 다음 주부터 춥다니 내일은 부모님과 조카와 인근으로 바람이나 쐬러 갔다 와야겠다. 계속 누워있는 것보단 그게 나을 것 같아 맛집도 검색해 놓고, 어디 구경 갈지도 찾아놓았다. 별거를 하든, 별거를 하지 않든 주말 동안은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각자의 방식대로 잘 쉬어가는 게 좋은 것 같다.



커트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너무 아등바등 살 필요가 없는데 샵을 운영하다 보니 쉴 여유가 잘 없다고 했다. 오늘은 저녁에 미용실 근처에서 지역축제가 있는 날이라 가게 문을 일찍 닫고, 가볼까 고민을 했는데 손님들이 우선이니 하며, 말을 흐리길래 일 년에 한 번뿐이니 그 정도 호사는 본인에게 줘도 될 것 같다고, 고민 말고 저녁 예약을 마감하고, 축제 구경을 가라고 했다. 남들은 일부러 와야 하는데 얼마나 좋은 기회냐며 말이다. 그랬더니 맥주를 한 잔 하며 그 축제를 즐기고 싶다고 했다. 물론 예약상황을 봐야겠지만 그래도 가겠다는 마음에는 더 가까워진 듯했다. 고민하는데 누군가 '괜찮다' 말해주면 진짜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오늘은 원장님에게 '괜찮다'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나중에 뭐해야지, 나중에 더 좋은 곳에 가야지, 이 나중이라는 것은 정말 불확실 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지금을 잘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나중을 기약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서 있는 그곳에서 나중이 아닌 지금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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