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뜨기도 전에 출근길에 나섰다. 주말임에도 평소보다 빠르게 출근을 하기도 해야 했고, 저녁약속 때문에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해서 더 일찍 서둘러 나왔다. 지하철을 타려면 샛길로 시장을 통과해서 가는 편이다. 이른 시간이라 시장안도 다 문을 열진 않은 상태지만 몇몇 가게는 벌써 불을 밝히고 있었다. 꽈배기를 튀기는 분도 있었고, 과일 등을 자판에 내놓느라 분주한 분도 있었다. 도로는 한산했지만 마을버스도, 버스도, 지하철도 누군가의 아침시간을 편하게 이동해주기 위해 누구보다도 빠르게 아침을 시작해주고 있었다.
지하철을 내리니 해가 뜨기 시작해 있었다. 카페들도 벌써 문을 열어 누군가의 카페인을 충족시켜주고 있었다. 공사 때문에 이른 출근이라 작업해 줄 분들도 벌써 출근을 해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아직 이불속, 누군가에는 열심히 일할 시간 참 같은 시간이지만 다른 풍경으로 흘러간다.
출근한 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오전시간이 다 지나가지 않고 있다. 오늘은 행사지원이나 프로그램지원이 아니라 여유로워서 더 시간도 천천히 가는 것 같다. 평소라면 이불속에서 TV를 보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집에서의 주말은 진짜 빠르게 지나가는데 사무실에서 주말은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다. 참 같은 시간이지만 흘러가는 속도도 다르게 흘러간다.
한 번씩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걷다 보면 평소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는 것 같다. 오늘 아침도 차로 이동했다면 이런 새벽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지하철역까지 걷고, 시장을 통과하고, 지하철 내려서 걷다 보니 벌써 하루를 시작한 누군가의 모습들이 보였다. 새벽같이 출근을 하는 게 아니기에 나에게 수많은 날 들 중 이른 출근이 손에 꼽힐 정도로 특별한 날에 속하지만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이른 시작이 일상일 것이다. 물론 각자의 일상 패턴이 다를 뿐일 수도 있지만 매일 이른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나 요즘처럼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면 말이다.
그냥 오늘 새벽 풍경들이 '조금은 더 열심히 살아가라'는 것처럼 느끼 지게 했다. 새벽출근에 조금은 싫기도 했고, 일정에도 없던 공사로 약속도 저녁으로 미뤄야 해서 조금은 그랬는데 그냥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 나를 조금은 그랬던 마음을 누그러뜨리게 했다. 항상 연말이 되면 스트레스도 많아지고, 화를 내야 하는 상황들이 많아진다. 어제도 많은 상황들에 실망도 했다, 화도 났다가 했다. 그러던 와중 한 팀원 선생님께 그 선생님의 잘못이 아닌데 화가 난 상황이라 순간 짜증 섞이게 반응을 한 게 마음에 걸려 출근길에 반성의 메시지도 보내면서 왔다. 조금만 한 발짝 뒤에 서거나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보면 화낼 것도 화내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당장의 감정들에 치우치지 않고 조금은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본 게 되는 듯하다. 지금 나에겐 한 발짝 물러나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들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참 같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보내는 모습도, 흘러가는 시간의 속도도 다른 것 같다. 그 다름의 시간들 속에서 오늘 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있을 그 누군가들을 응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