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자해지"와 "역지사지"
그 여행의 좋았던 기억들은 싹 지워진 듯 이번 주는 무언가 계속 피폐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늘에 떠있는 달은 참 밝고 예쁜데 마음은 무언가 공허한 느낌이 들 뿐이었다. 기관 안이나 기관 밖이나 참 책임감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넘쳐난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랄 따름이었다.
각자 본인의 고유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나 저렇게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임하는지 안이나 밖이나 매한가지라 다른 기관을 욕할 것도 없었다. 업무에 대한 절차라는 것이 있고, 과정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런 것은 무시되고, 업무에 있어 우선순위도 무시되어 있었다.
특히나 팀원 몇 명은 정말 몇 번이나 강조하고, 전달했던 피드백들이 반영되지 않았고, 또 전달하였음에도 또 개선되지 않아 결국은 수습할 수 있는 시간도 없는 상황까지 와버려서야 수습을 해달라는 식의 그들의 대처는 나 스스로를 되게 무능력한 상사라고 느껴지게 만들었다. 업무 진행에 지원을 해주지 않는 사람도 아니고, 논의해야 할 사항은 바로 논의하여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빠르게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인데 수습할 수도 없는 막바지에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나에게 맡겨놓은 답을 달라는 듯한 그들에게 난 그저 수습해 주는 기계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생각을 들게 하는 그들에게 더 이상 피드백을 제시하고, 무언가를 해주는 것이 크게 의미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이런 팀원들이 없었느냐. 그건 아니었다. 언제나 책임감 없는 그들은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무능력한 상사가 된 기분이 든 적은 없었다.
나 스스로를 무능력한 상사로 느끼게 만든 그 감정은 뭐라 설명하기 힘들지만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씁쓸함에 더 가깝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이번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알아서 수습하라고 했다. 물론 평소 같았으면 또 난 그 일을 수습하기에 여념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개입한들 또 이런 일은 반복되면 반복이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눈 딱 감고 알아서 하라고 했고, 그 일에 대해선 어떠한 피드백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 관련된 일에는 어떠한 피드백도 없이 그냥 오케이 하고 넘길 생각이다.
이번 주는 "결자해지"와 "역지사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결자해지 : 맺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뜻으로, 일을 저지른 사람이 그 일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
역지사지 : 남과 처지를 바꾸어 생각함
일을 만든 사람이 그 일을 끝까지 해결할 줄 아는 책임감 있는 태도가 그들에게 있었더라면, 한 번쯤은 그들도 상사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았다면 그렇게 대책 없이 행동하진 못했을 것인데 말이다.
이번 주는 퇴근길에 하늘을 보며 달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달은 밝고, 그 어느 때보다 크고 예쁜데 그 달을 보고 있는 나는 왜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일까. 상사로서 내가 잘해나가고 있는 것인지, 내가 과연 앞으로도 잘해나갈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 날들이다. 이 허전한 마음이 달처럼 가득 채워지려면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