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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단계만 클리어했다는 사실-

'모든 일정은 마치고 귀가하는 길'

by 까칠한 여자




겨울 김장철이 또 어김없이 다시 찾아오고야 말았다. 올해에도 3번의 김장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참 고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다 고된 작업이긴 하지만 그 난이도는 다르다. 굳이 난이도를 정리해 보자면 '하'는 집김장, '중 '은 ' 기관김장, '상'은 법인김장으로 정말 최상에 속한다.


오늘이 그 첫 번째 김장날로 집에 김장을 했다. 분명 난이도는 '하'에 속하는 작업인데 오늘도 쉽지 않았다. 오늘의 작업량은 절인 배추 20kg 6박스로 적은 양은 아니다. 작은 아빠집도 나눠주고, 언니 시댁 사돈어른께도 나눠주기 때문에 다른 집들보다 더 많이 하는 편이다.


마트오픈시간에 맞춰 배추를 마트에서 수령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물먹어 무거운 배추 박스 옮기는 작업, 배추 물 빼기 작업, 치대는 작업, 정리하는 작업, 언니 시댁 김치 배달까지 모든 일정을 마치니 해가 지고 있었다.


전체 총괄은 엄마가, 치대는 작업은 언니랑 형부랑 우리 셋이서 했다. 본격적인 김장에 앞서 맛보기로 굴 넣어 한 포기 먼저 치대서, 수육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형부가 낮술을 하는 바람에 김치 배달기사는 나로 당첨되어 배달까지 하느라 오늘 일정이 길었다. 다 같이 김장이랑 수육으로 저녁까지 먹고, 김장날 마지막 코스는 목욕탕으로 목욕으로 피로를 풀고 나니 정말 하루가 다 갔다.


이제 가장 '하' 단계만을 클리어했을 뿐인데 벌써 힘든 건 느낌인 거겠지. 허리부터 온몸이 쑤실 뿐이데 내일은 최상급인 '상' 단계가 기다리고 있다. 하필 날이 연달아 진행되어 신체적 및 심적 부담감이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다행히 내일은 춥지 않을 거라니 얼마나 다행 인가 싶다. 내일 작업은 야외라 날씨까지 추우면 정말 정말 더 고된 작업이 되기 때문이다. 내일은 김치산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높이가 작년보다는 조금 낮아졌기를, 더 신속하게 작업이 끝나 조금은 빨리 휴식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다음 주 '중 '단계까지 하고 나면 올해 '상중하' 김장작업은 모두 끝이다. 올해 작업들로 신체적 힘듦 지수도 커지고, 나의 김장 역량도 또 한 뺨 향상될 것이다. 그래도 추운 겨울을 잘 보내기 위함이니 힘들어도 잘 참고 남은 작업들도 잘 마무리해야겠다.


하지만 '하'만 클리어했다는 건 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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