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식 날, 그날은 새벽부터 비가 억수로 내렸다. 나도 모르는 태풍이 찾아온 것인가 싶어서 기상예보를 봤으나 가을 태풍은 아니었다. 왜 하필 결혼식에 이렇게 비가 오나 싶어 속상해하며 메이크업을 위해 식장으로 출발하기 직전, 2-3시간에 걸치던 비가 그치고 언제 그랬냐는 듯 햇살이 쨍쨍하게 해가 떠올랐다. 신기한 날씨였다. 내 성장사와 이별, 만남 과정을 다 지켜보았던 선배 언니는 '네 힘들었던 날들과 마음의 짐들이 이 비와 함께 씻겨갔고 앞으로는 지금 뜬 해처럼 맑은 날이 함께 할 거야, 결혼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렇게 나는 두 번째 연애를 결혼으로 종결하였고 15년의 시간 동안에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결혼은 동화 속 공주님과 왕자님이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말하는 무조건적인 해피엔딩도 아니고 이따금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는 지점들이 만나질 때면 '결혼을 왜 했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과정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같이 살았다며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안녕!"이라는 농담을 주고받고 아이들이 외치는 "안돼~!" 소리에 깔깔 웃는 '이만하면 괜찮은'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죽음을 늘 생각하던 나는 더 이상 죽음을 소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아이들에게 부모의 부재라는 결핍을 만들어줄 수도 있다는 걱정에 이제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하는 사람으로 변하였다. 더욱이 2년 전 암수술 이후로는 무탈하게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는 가능한 건강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고, 가족들과 이른 이별을 해왔던 남편에게도 남겨지는 아픔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예전보다도 더 오래 살고 싶다는 소망을 가진 사람이 되었다.
연애 장애와 결혼 불안장애를 안고 살아온 사람의 결혼생활은 여전히 '이만하면 괜찮게'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