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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네카 Dec 06. 2020

모두 산타가 되어야 할 시간.

  

  



  어느새 연말이다. 대부분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해를 보냈을 것이다. 코로나는 우리가 새해를 시작하며 다짐했던 야심 찬 목표와 계획, 기대, 약속, 행복을 전부 집어삼켰고 아쉬움, 자책, 실망, 공포, 불안만을 곁에 남겨 놓았다.


  이 미증유의 시기엔 연말도 마찬가지거니와 바짝 다가온 크리스마스는 여태 느껴온 그 특유의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길거리와 가게에서 하나둘 보이기 시작한 크리스마스트리와 소품은 비현실적으로만 보인다. 산타할아버지와 루돌프 소품 역시 이질적이다. 


  사무용품점에서 구경하던 중 나무로 된 산타 인형 하나가 눈에 띄었다. 얼굴이 약간 편찮아 보이시는 거 같은데. 억지로 웃으시는 건가? 조각된 밝은 웃음 너머엔 올해의 방문은 물 건너갔다며 아쉬워하는 쓴웃음도 함께 섞여 있는 듯한 의심마저 든다. 이 와중에 지금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행복한 환상을 꿋꿋하게 노래하는 캐롤은 대체 누구 들으라는 건지.


  애석하게도 들뜬 기분으로 산타를 기다려온 많은 이들에게 이번 성탄절에 그의 방문을 기대하긴 어려울 듯하다. 안타까운 건 장애인 시설, 복지센터, 보육원 등 도움의 손길이 정말 필요한 곳마저 그의 발길이 끊길지 모른다는 점이다. 누구보다 돌봄과 보살핌이 필요한 이들이 어둡고 쓸쓸한 연말을 보낼까 걱정이다. 행복한 환상은 온데간데없고 냉엄한 현실만이 그들 곁에 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이번 겨울엔 산타가 꼭 필요하다. 덥수룩한 흰 수염을 가진 불그스름한 얼굴에 빨간 모자와 털옷을 걸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그 정신이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린이나 연인만을 위한 기념일이 아닌 어렵고 힘든 처지에 있는 이웃들에게 크진 않더라도 소소하고 작은 선행을 베풂으로써 산타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건 어떨까. 


   빨간 털옷을 걸친 흰 수염의 할아버지는 방문할 수 없었던 이 공백의 시간을 잊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내년에는 여느 때보다 더 많은 루돌프와 함께 지나간 해의 밀렸던 선물까지 더한 많은 짐을 뒤에 가득 싣고 함박웃음을 터뜨리며 나타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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