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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네카 Nov 16. 2020

삶의 무게의 나눔.

  

  전철에 앉아 넷플릭스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다. 예약해 두었던 전시회 관람을 위해 외출한 날이었다. 서울역에 정차하자 많은 사람이 탑승했고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들은 어르신들이었다. 이분들이 좌석 앞으로 다가오자 앞다퉈 자리를 양보하겠다며 일어서는 사람들의 모습에도 아직 사라지지 않고 여실히 존재하는 미덕을 보았다. 최근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가 격한 세대갈등 조짐을 보이는 터라 작은 양보였음에도 더 크게 다가왔던 듯하다.

   

  어느 쪽의 의견이 옳은지는 여기서 논하지 않으려 한다. 무임승차 찬성이건 반대건 쉽사리 뚝딱 결론지을 수 있는 가벼운 사안은 아니다. 한쪽으로 정책이 아예 기울어질 수도 있고 양쪽을 절충하는 방법이 나을수도 있다. 단지 내가 주목했던 건 그들의 굽어진 허리와 등, 그리고 주름이었다. 세월의 무게로 인해 굽어진 이들의 모습을 보며 인생에서 무슨 길을 거쳐왔고 어떤 무게가 가장 크게 다가왔을까, 지금도 어깨에 남아있는 것은 무엇인지, 아직 더 짊어질 것이 남아있는지 등 연민의 감정을 동반한 궁금증이 일었다.


  어쩌면 좌석을 양보하는 행위는 어르신들에게 지워진 삶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함께 나눠 갖는 일이 아닐까 생각했다. 잠시나마 그들이 시간의 가혹한 중력에서 벗어나 쉴 수 있도록 말이다. 도착 지점이 가까워졌고 마침 나의 좌석 앞으로 다가온 어르신께 자리를 넘겨드렸다. 순간 그분의 주름이 눈에 띄었다. 우리의 뇌에 주름이 많다는 건 뇌세포 수가 많아 지능적이라는 증거라고 한다. 어르신의 얼굴과 몸에 새겨진 세월이 훑고 가버린 그 자국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과 깨달음의 지혜를 은유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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