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유명인들은 각종 매체에서 꿈을, 포부를 크게 가지라고 열변을 토한다. 그래서 범인들은 꿈에, 목표에 집착한다. 누군가 내게 너의 꿈이 무엇이냐 질문할 때 타인이 자신의 꿈을 하찮거나 소박한 꿈으로 여기진 않을까 고심하며 나와는 너무나 다르고 너무나 먼 대상에 자신을 투영한다.
물론 매우 어릴 적부터 자신의 꿈을 고민하여 일찍 찾게 되고 확신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들의 목표는 매우 뚜렷하다. 그래서 일찍부터 온 힘을 다해 그 꿈을 위한 목표에 매달린다. 사실 이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이상적 삶이다. 자신의 흥미와 재능을 일찍 발견하여 그 분야에서 눈부신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업적을 일궈내는 것.
그렇지만 인생이 어디 그렇게 순탄하기만 하던가. 어느새 목표를 위한 계획은 하나 둘 수그러들기 시작하고 이 얄궂은 운명의 체스판 위에서 하나의 말이 된 느낌이다. 각종 우연, 사고와 변수들은 우리의 계획과는 전혀 다른 운명의 길로 인도한다. 일찍부터 꿈꿔왔던 목표, 계획이 무너지니 깊은 절망에 빠진다. ‘무계획이 계획’ 이란 말이 괜히 나왔겠는가. 어차피 인간의 힘으론 무엇 하나 예측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목표에 집착하고 매달렸는데도 실패할 경우 모든 걸 놓아버리고 포기할 위험도 커진다. 게다가 지나치게 일찍 자신의 꿈에 확신을 가지게 될 경우 뒤늦게 찾아온 자신의 다른 재능이나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고 외면해버리는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분야도 매우 흥미롭지만 난 이전부터 확실히 다른 꿈이 있었잖아. 다른 일에 신경 쓸 시간 따위는 없어. 그러니 난 늘 해오던 것에만 집중할거야.” 세상에서 가장 비극적인 자기 최면이다. 처음의 꿈과 목표에 집착한 나머지 자신의 앞에 놓인 수없이 다양한 가능성을 무시해 버린다.
데이비드 엡스타인이 쓴 ‘늦깎이 천재들의 삶’ 에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를 비교하는 사례가 나온다. 타이거 우즈는 어렸을 적부터 일찍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여 골프에만 몰두했고, 페더러는 우즈와 달리 농구와 레슬링 등 다양한 스포츠를 섭렵하다가 뒤늦게 테니스에 입문하였다. 결과적으로 이 둘은 각자의 자리에서 전무후무한 업적을 일궈냈다.
둘 다 황제의 자리를 꿰찬 이들이지만 나에겐 페더러의 사례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폭넓은 경험과 시행착오를 통해 자신을 더 알아가고 자신만의 인생 항로를 개척해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꿈이나 목표가 없는 삶이 꼭 나쁘진 않다고 말하고 싶다. 그저 당장의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건 어떨까. 오늘과 현재에 집중하는 삶을 말하는 것이다. 열린 마음으로, 서두르지 말고 좁은 시각에 갇혀있지 않으며 자신에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자. 자신을 알아가는 것. 그게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