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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음 Jul 31. 2021

아기 고양이의 바깥세상 구경

30일 만의 외출

2021년 7월 30일 금요일 오후 7시경_정확하게 생후 30일 만에 어미 치타의 주출입구로 새끼 고양이들이 나왔다.


이제 독립의 시작일까?


정해진 울타리 밖으로 나오는 것을 치타도 용인을 하는 눈치다. 단지 '조심해~! 멀리 가지 마~!' 하는 듯한 신호음을 낸다. 마치 호루라기 소리 같다. 3초 정도 "끼 rrrrrrrrrr"하며 2초 쉬었다  반복한다.


장남으로 추측되는 백호가 앞장섰다 / 하얀빛이 나는 회색 털이다
백호 밑을 파고드는 꽃비 / O형의 기질이 있다 뭔데? 뭔데?
급하게 박스로 막았는데 가뿐히 넘어온다. 박스 위_꽃비


드디어 6마리 모두 탈출 / 경계선을 두고자 하는 어미 치타.




젖소도 (아빠인지 아닌지...) guard를 하는 듯한 느낌으로 쳐다본다. 신경과 뒤 귀를 바짝 세워 주변 30_40미터를 탐지하며 눈은 새끼들을 쳐다본다. 의젓하다.



2021년 7월 31일 토요일 오전


다음 날 가 보니 책장 틈새가 아닌 이동형 창고 밑 경사각을 맞춰 받쳐놓은 팔레트 안으로 들어가 있다. 내가 얼굴을 들이밀며 '까꿍'해보지만 경계와 두려움의 눈빛을 보낸다. '요놈들~ 이제 잡기도 쉽지 않겠어'하며 아쉬워하는 나. 이젠 먹이로 꼬셔야겠다.


어미도 슬슬 중성화할 때가 되어서 아기들 먹이를 준비해 놔야겠다.


그동안 엉덩이에 상처를 감내하며 버텨준 치타, 동네 서열 막내인 데다 겁이 많고 여리기만 했던 치타인데 장하다.


어미는 강하구나.


인간의 손이 닿지 않으면서, 바람이 통하고 그늘진 시원한 곳으로 이사했다




2021년 7월 31일 토요일 오후


어미 치타도 더위를 피해 새끼들과 함께 이동형 창고 받침 팔레트 밑으로 들어가 있다.


먹이를 주고 다시 한번 들여다보는데

새끼들이 어미 먹이를 먹는 게 아닌가?!


오늘 당장 새끼와 어미가 같이 먹을 수 있는 사료를 주문해야겠다.


하루가 정말 빠르구나....


옹기종기 모여드는 새끼들/ 엄마는 뒤로 물러난다

     

때가 되니 새끼들도 답답하고 더운 책장 안에서 나왔다.
정확한 일수가 지나니 나온 것이 너무 신기했다.
정확히 30일 만이다. 신이 생태계의 본능 속에 이 모든 생육의 시간을 정해 놓으셨음을 깨닫는다.

정해진 시간은 다른 말로 하면 때이다.
애벌레가 때가 되면 번데기가 되고, 때가 되면 나비가 되듯이,
때가 되면 봄에서 여름으로, 여름에서 가을로, 가을에서 겨울이 되듯이,
때가 되면 엄마 뱃속에서 나오고 유년기를 거쳐 소년기, 청년기, 중년기, 장년기, 노년기를 거치듯
자연과 인간은 때를 지켜 정확하게 변화한다.
그래서 '때'는 다른 말로 '신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 모든 때를 정하신 이가 바로 신이기 때문이다.

물질의 세계 안에서의 변화만 생각하면 유한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땅으로 사라지게 되고, 허무한 것 같지만, 하나님은 우리에게 영원한 영혼을 함께 창조해 주셨다.

알에서 부화되어 애벌레의 삶이 끝나고, 번데기의 어두컴컴한 무덤 같은 시간을 인내하고 나면, 나비로 부활하듯이
인간의 영혼도 만들어지는 기간을 지나 부활되어 영원히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신과 함께.

조선시대 사람에게 휴대폰을 설명하면 믿을 자가 별로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종교적 인식 수준이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된다.


나비에게 주어진 시간 약 30일  
고양이에게 주어진 시간 10년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 100년이다.

이때에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코로나가 길어지고 있는 기간, 우리가 꼭 해야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현재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깨닫는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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