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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주희 Nov 10. 2021

골목

공간감성#16 구성과 콘텐츠

익숙한 장면


<창신동 절벽 예술제>가 지난 9월부터 10월 초까지 서울시 창신동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도시재생 스타트업 '글로우 서울'이 창신동의 절벽이라는 지역적 특징과 장점을 극대화시켜 낙후된 창신동을 활성화시키려는 프로젝트를 예술제로 시작하였다. 창신동은 과거 채석장과 6.25 당시 피난민들이 모여 만든 단일주택들로 이루어진 마을로 높은 곳에 위치해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글로우 서울'의 어떤 노력이 더해졌는지 궁금해졌다.

전시 공간지도 ⓒ창신 절벽 예술제

예술제는 공원과 여러 개의 빈집에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해 관람자로 하여금 창신동 일대를 걷고 살펴보도록 유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주었다. 오래된 주택의 건축 골조를 남기고 미디어나 설치, 패션, 다양한 장르의 전시 콘텐츠를 더했고 공간의 벽과 천장 및 계단 구성이 단순한 전시장과는 다르게 동선이 여러 개이고 입면의 변화가 많은 구조로 공간 자체로 힘을 주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며 걷는 것, 오르는 것, 내려오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그러한 행위들을 유도하는 공간에 즐거움을 느낀다. 창신동 예술제는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자 새로운 사람들을 모으는 아지트로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집과 상업공간, 자연, 동선 모든 게 연결되어 고려해야 할 디테일한 프로젝트였다. 공간과 사람들의 행태를 연결하는 길로 전체 콘텐츠를 기획하고, 주민들의 생활 권역에 있어 불편함이 없도록 주거지와 상업시설 동선을 분리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거친 재질의 마감과 건축의 그대로를 보여주어 기시감을 느끼게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70-80년대 단일층 집이 모여 이뤄진 익선동 골목과는 다르게 수직적 환경 및 역사적 콘텐츠가 더해져 상상하지 못했던 뷰와 사람들 간의 관계가 형성된 듯해 흥미로웠다.   



긍정의 놀라움


웰컴존(Welcome zone)은 건축에 있어 출입부와 대지에 인접한 공용부를 의미한다. 보행자들이 살펴보게 만들고 이용객들을 머물게 만드는 영역이다. 도시에서 웰컴존은 대부분 설치미술작품을 두거나 조경을 조성, 로비 및 리테일샵의 결합 등으로 건축물의 존재를 부각하고 홍보한다. 웰컴존의 구성을 다양하게 할수록 집객과 점유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창신동은 웰컴존을 골목으로 확대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길을 따라 오르고 내리며 공간을 찾아가는 방식의 지역이다. 익숙하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길로 가면 머릿속 전체적 공간에 대한 인지가 어렵고 주변 환경과 계속 관계를 맺는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난다.

프랜시스 DK칭의 통로와 공간 관계 ⓒ<형태와 변형>

상단 좌측은 건축 출입부로 들어가는 길을 3가지로 분류한 그림이다. 정면 출입, 사선 출입, 우회 출입으로 나누며 각각 주변 환경과의 접촉 빈도와 시간에 차이가 있다.

정면 출입형은 시선과 행동 방향이 건축물로 향하여 주변을 건축 다음으로 인지하게 된다. 주변과의 접촉 빈도와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다.

사선 출입형은 출입에 대한 선택이 주어져 시간과 사이 공간에 대한 인지가 높다. 따라서 주변과의 접촉빈도 시간이 자유롭고 선택적이다.

우회 출입형은 건축물과 관계된 환경 전체를 인지하여 외부에서 내부, 내부에서 외부로의 인지가 높다. 주변과의 접촉빈도가 가장 높고 외부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다.

상단 우측은 복도와 공간 관계의 유형을 3가지로 분류한 그림이다. 외부와 출입부(좌측 그림) 같이 내부에서도 순회형, 관통형, 종착형으로 구분하여 외부에서 웰컴존, 웰컴존에서 내부 공간으로의 동선을 이해를 할 수 있다.

주택을 개조한 전시장 ⓒjenna_nd_

창신동 절벽 골목을 따라 걷다 우연히 발견했던 전시장 웰컴존 모습이다. 골목 특성상 주거지역을 기반으로 형성되어 가로등이 적어 조도가 밝지 않으나 전시장과 상업시설로 변화한 곳들의 내부 조도를 올리면서 행인들의 시선을 이끌었다. 또한 예상치 못한 넓은 공간과 탁 트인 뷰가 작은 현관을 통해 보이니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었다. 도로 전면에 위치한 현관이므로 정면 출입형 웰컴존이라 볼 수 있다. 시선을 위주로 공간을 돋보이게 했다.

절벽 골목에 위치한 '도넛 정수' 주출입구 ⓒjenna_nd_

절벽 골목을 따라 도로를 끼고 작은 골목으로 들어왔을 때, 발견한 카페 '도넛정수'이다. 사선 출입형 웰컴존으로 볼 수 있으며 출입구가 2곳으로 각각 선택해서 들어갈 수 있다. 의도적으로 좁은 골목을 통해 들어와 골목을 만난 후 출입을 하니 주변과의 레벨차를 느끼고 주변을 보고 가는 것이 많아 흥미로웠다. 주출입구는 위 사진과 같고 부출입구는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창신 '도넛 정수' 카페 2층 내부 ⓒjenna_nd_
창신 '도넛 정수'와 서울 도심 뷰 ⓒjenna_nd_

카페 맞은편 건물에서 본 2층과 서울 도심 뷰이다.  건물 간의 가까운 거리와 각기 다른 건물의 높이 덕분에 새로운 뷰를 보며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황학동 '레레플레이' 카페 ⓒ리빙센스

창신동 외에 다른 예시로 중구 황학동에 있는 카페 '레레플레이'를 들 수 있다. 가구 골목을 끼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오면 예전 여인숙을 개조해 만든 카페가 있다. 카페는 건축 그대로를 드러내고 기존 작은 중정을 발전시켜 천창에서 통과하는 빛과 식물과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정체성을 보여주었다. 사선 출입형 웰컴존으로 들어와 순회형 내부구조를 갖게 한 셈이다. 정원을 중심으로 방이 었던 공간을 아늑한 카페로 탈바꿈시키고 2층을 형성해 사람들의 이동을 지켜볼 수 있는 구조로 바꾸었다. 역사와 지역 스토리가 있는 황학동 골목이 공간의 웰컴존에서부터 내부로의 경험이 이어지는 좋은 사례이다.  

골목이 변화하기 위해 공간을 운영하는 임차인과 공간배치가 중요하다. 이용자들에게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 그들이 선호할 수 있는 공간과 골목이 어떻게 연결될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공간으로 길이 연결되면 사람들을 모을 수 있고, 사람들이 모인 곳에 마을이 만들어진다. 창신동과 황학동 모두 현재 개발 중인 지역으로써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찾아오기 위한 노력 중이다.

창신동은 서울의 여행지가 되어 시간을 보내고 싶게끔 하는 매력을 느끼게  주었다. 기존 주거지가 갖는 건축적 특성과 사람들이 선택하고 구매하는 콘텐츠가 결합되어 풍부한 스토리가 생겼기 때문이다. 지역이 가진 자연적 요소를 현재는 카페로만 활용하며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모으는 역할만 하지만, 앞으로 창신동은 카페들이 구심점이 되어 F&B, 전시공간, 리테일샵, 공방 등으로 확산되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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