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드디어 대구FC의 신축 홈구장에 다녀왔다. 이름하여 포레스트 아레나! 정식 명칭은 DGB대구은행파크 되시겠다. 마음 같아서는 개막전 때부터 가 보고 싶었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가지 못했고, 그럴 수록 마음에 압박을 가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바쁜 일이 좀 끝난 저번 주말에 여유롭게 다녀왔다.
길거리에서부터 가로등 배너에 선수들의 사진이 새겨진 게 눈에 띄며 마음이 들떠 온다. 딱 한 번 다녀왔을 뿐인데, 축알못의 눈으로 보니 대구가 인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DGB대구은행파크 외관우선, 접근성이 정말 좋았다. 대구역에서 걸어가도 15분 거리이고 대구 시내라 버스가 아주 잘 되어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대부분이 이 사진인데, 버스에서 내리면 딱 이 장면이라 그렇다. 진짜 코앞까지 데려다 준다.
시내에 있다는 건 분명한 강점이다. 수원 경기장도 시내에 있긴 하지만 기차역(전철역)과는 떨어져 있는 시내라 필히 환승을 해야 한다.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버스 환승은 심적으로 더 부담이 된다. 그에 비해 대구는 전철역도 2개나 가깝고, 대구의 중심 '젊은 거리'인 동성로에서도 버스로 금방금방 이동 가능해서 매우 편했다. 난 동성로 '맛집'에서 점심을 먹고, 유명한 빵집에서 빵을 사고 버스로 이동했다. 10분 걸렸을까? 진짜로 가깝다. 내가 대구의 젊은이라면 데이트하다가 한 번쯤은 축구장을 가볼 것 같다. 축구 규칙은 쉽고, 접근성이 좋으니까!
DGB대구은행파크 경기장안으로 들어서니 경기장 안은 더 예쁘다! 외관도 예쁘지만 안에서 보면 더 예쁘다. 연두색 필드와 하늘색 관중석, 파란색 지붕과 파란 하늘. 뭐 거의 완벽한 풍경이다. 반대편 벽이 그리 높지도 않아 아담하고 오밀조밀한 느낌이 든다. 그라운드와 하늘이 한 샷에 예쁘게 나오기 때문에 인증샷만 찍으러 가도 좋을 경기장이다.
포레스트 아레나제일 즐거웠던 건 뭐니뭐니해도 응원이었다!
응원 때문에 신나서 이 글을 쓰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응원에 대해 설명하려면 경기장의 구조를 설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먼저 시야가 아주 가까워 생동감이 넘쳤다. '경기장과 좌석과의 거리가 7m밖에 안 된다.'라고 하던데 생각보다 아주 가까웠다. 진짜 바로 앞이었다. '축구전용구장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선수들이 실제 사람 크기로 보이니까 느낌이 또 달랐다. 바로 내 눈앞에서 선수들이 투닥투닥하고 물을 마시고 힘차게 뛰어다닌다.
가까우면 보통 잘 보인다는 장점만 생각하겠지만, 축알못이 무엇보다 들떴던 건 응원 소리가 100% 선수한테 다 들리는 거리라는 거다. 웅성거리는 것으로만 들리는 게 아니라 진짜 그대로 들릴 수밖에 없는 거리. 관중들은 가까이 오는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기도 하고, 실수하면 힘내라며 박수를 쳐 줬다. 선수는 그 응원에 반응한다. 얼마나 짜릿한가. 핑-퐁-핑-퐁, 상호작용이 가능한 축구라니!
DGB대구은행파크의 알루미늄 바닥(관중석)또 하나의 백미는 발로 구르는 응원방식이었다! 관중석 의자를 알루미늄 재질로 만들었는데, 그냥 걸을 때는 큰 소음이 없지만, 발로 '쿵쿵' 칠 때는 울리는 소리가 난다. 대구가 세트피스를 얻어내면 장내 아나운서가 마이크에 대고 '쿵쿵 골!'이라는 응원을 유도한다. 그럼 관중 모두가 일제히 세게 발을 바닥에 두 번구르고 신나게 '골!' 하며 소리를 친다. 너무 쉬우니까 모두가 잘 따라한다. 서포터즈석에서만 응원하는 게 아니라 모든 좌석이 동참한다. 그리고 이건 100% 사람들이 화기애애하게 웃을 수밖에 없는 게, 당연히 박자가 점점 제각각이 되고 빨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쿵쿵' 박자가 빨라지면 모두 '박자가 안맞아~' 하며 한바탕 웃게 된다. 어수선한 재미가 있었다. 서포터즈의 일사불란한 응원이 자리를 잡아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우리 수원과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이렇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응원을 한다면 축구를 잘 몰라도 즐거울 수밖에 없다. K리그 현실상 꽉 찬 관중과 활기찬 응원을 즐기기 어려운 점을, 아예 경기장을 소규모로 만들고 경기장 자체를 응원도구로 만듦으로써 극복해낸 것이다.
아, 또 하나 참신했던 건 '빛현우 선글라스 이벤트'! 조현우가 선방을 할 때마다 관중들이 선글라스를 쓰고 빛을 피하는 시늉을 하는 것이다. 얼마나 기발하고 새로운 경험인가! 나는 이런 게 정말 좋다. 몰라도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거.
출처: 대구FC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앞으로 축구는 영화나 게임과 경쟁해야 한다고 한다. 더 이상 스포츠의 다른 종목이랑만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은 여가시간에 할 게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야구장에 야구를 잘 알아서 간다기보다도 '그냥 재미있어서 가는 거야~'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축구도 대구FC의 포레스트 아레나라면 '그냥 재미있어서' 갈 법도 하다고 본다. 가깝고, 예쁘고, 즐겁고. 서문시장 야시장처럼 대구 여행에 당연히 방문하는, 둘도 없는 즐거운 곳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